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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수목원

입력 2009.09.21 17:45

  • 시인 조은
[조은의 길]광릉수목원

육식을 하지 않던 시절, 즐겨 육식을 하던 친구로부터 한 말씀 들었다. “배추도 밭에서 뽑히고 토막토막 썰릴 때는, 동물과 똑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런데도 넌 왜 야채는 잘 먹으면서 고기는 안 먹는 거지?” 이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무리 자연에 가깝게 조성된 동물원일지라도, 그곳에 가면 언제나 쓸쓸함과 막막함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똑같이 사람에 의해 관리된다고는 하지만, 식물원에서는 그 같은 정서로 부대끼지 않는다. 편안하다. 계절 탓인지 태양빛의 각도에 따라 봄의 새순처럼 보이기도 하는 나뭇잎에 눈길이 자주 머문다. 길이 반사하는 빛까지도 흡수하는 키 작은 나무들이 이룬 숲에선 지난 여름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이 눈에 많이 띈다.

아직은 9월인데 마음은 계절을 앞질러 가을을 걸음걸음 느끼려 한다. 느릿느릿 걸으며 숲과 유쾌하게 호응하고 있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본다. 앞서 가는 사람은 곧 잎을 떨굴 나무들보다 생각이 많은 듯하다. 그는 멈춰 몇몇 나무 아래로 눈길을 준 채 꼼짝 않고 서 있다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 걷곤 한다. 모르는 그의 내면이 가장 먼저 단풍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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