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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하라고 하늘이 감춘 절…서산 천장암

입력 2009.09.29 17:44

수정 2009.09.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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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천장암은 꼭꼭 숨어 있었다. 길은 구불구불했고, 그나마도 왕복 1차선 논둑길이었다. 절 앞까지 들어가는 대중교통편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절로 들어가는 입구는 경사가 심해서 일반 자동차는 쉽게 오르지 못할 가풀막이다.

천장암은 한국 근대불교를 일으킨 경허 선사가 수도를 했던 곳이라 속세를 뒤로 하고 공부에 전념하는 스님들이 많이 찾는다.

천장암은 한국 근대불교를 일으킨 경허 선사가 수도를 했던 곳이라 속세를 뒤로 하고 공부에 전념하는 스님들이 많이 찾는다.

대체 이런 곳을 사람들이 왜 찾을까. 한국 불교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물론 산행을 위해 찾기도 한다. 천장암 뒷산에 오르면 서해안도 볼 수 있다.

고북 저수지를 오른쪽으로 끼고 나타나는 갈림길. 두어 번을 물어물어 천장암을 찾아냈다. 시멘트길을 한참 올라서니 작은 암자가 하나 나왔다. 어쩐지 불안해 보이는 탑이 하나 있으니 절 같기도 하고, 절이라기보다는 한 100년쯤 된 집 같기도 했다. 인기척을 냈지만 절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니 선본 스님이 얼굴을 내밀었다.

“천장암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불교의 맥을 잇는 수도장이죠. 여기서 경허 스님이 도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경허는 조선 말에 태어났으며 한국 불교를 개창했다는 대선사다. 경허의 제자를 흔히 삼월(三月)이라고 하는데 혜월, 수월, 만공(월면) 스님이다. 혜월 스님의 선맥은 운봉·향곡·진제로 이어졌고, 만공 스님의 맥은 전강·고봉·혜암이 받았다. 고봉스님의 제자 중엔 해외에서 한국 불교를 알린 숭산 스님이 있다. 또 오대산 월정사를 지켰다는 방한암 스님도 경허 스님의 제자라고 한다. 불가에선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숙일 만한 선지식들이다.

천장암은 낡은 한옥처럼 보이지만 기품 있는 절이다.

천장암은 낡은 한옥처럼 보이지만 기품 있는 절이다.

선본 스님은 “경허 스님이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에 선원을 개설했다”고 했다.

“옛날에는 스님들이 탁발을 해서 절에 먹을 것 좀 가져다주고, 자신이 먹을 걸 들여와서 여기서 공부했다고 합니다. 큰스님이 깨친 곳이라 사실 이곳에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스님이 많죠.”

안거 중에는 보통 예닐곱 명이 있는데 안거가 끝난 뒤라 스님들이 떠나고 없다고 했다.

“천장암(天藏庵)은 하늘이 숨겼다는 뜻 아닙니까. 정말 꼭꼭 숨어 있으니 공부밖에 할 수 없죠. 겨울에는 사람 구경을 못해요.”

절은 초라했다. 문화재라고 할 만한 유적도 없다. 법당은 낡았고, 그 앞에 탑 한 기뿐이다. 대단한 경치를 생각하고 찾아갔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눈으로 보는 절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주말에는 천장암을 찾는이가 꽤 있단다. 사실 천장암은 입구에 닿기 전까지 이정표도 거의 없다. 공부에 매진하는 스님들이 등산객을 반기지 않아서일 것이다. 산은 낮지만 숲은 아늑한 묘한 지세. 그 속에 앉은 천장암은 초라하지만 범상치 않은 그런 절이다.

▲여행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에서 빠진다. 외곽도로를 타고 29번 대산방향으로 간다. 굴다리 밑에서 고북방면으로 좌회전해서 달리면 대산농공단지가 나오고, 여기서 왼쪽길을 타고 접어들면 장요리다. 장요1리로 들어가면 된다. 가는 길이 헷갈려서 현지 주민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천장사 (041)858-6002

*천장사 앞에는 밥집도 가게도 없다. 해미읍성 정문을 지나 왼쪽으로 들어가는 2차선 도로를 따라 20m 정도 가면 영성각(041-688-2047)이 보인다. 서울에서도 찾아오는 중국집으로 짬뽕과 탕수육이 일품이다.

한 달에 두 번 화요일날 쉰다. 추석 연휴는 모두 쉰다. 해미읍사무소 앞에 있는 해미쌈밥(041-688-5084)도 맛있다. 우렁된장이 일품. 추석연휴 영업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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