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오솔길에 ‘사운드 테마파크’ 조성

김후남기자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음으로부터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는 도심의 공간들. 시민들의 휴식을 위해 도심 곳곳에 마련된 작고 큰 공원이나 산책로 역시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와 연구진들은 최근 ‘건강한 소리가 있는 공간’ 프로젝트 중 하나로 숭실대 캠퍼스 내 오솔길 공원에 ‘사운드 테마 파크’를 조성하고 지난 달 23일 첫 선을 보였다. ‘사운드 테마 파크’는 나무와 숲은 있지만 소음만 윙윙 거리는 도심 공원에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입혀 공원이 갖는 휴식과 건강 기능을 한단계 높였다. 그뿐만 아니라 실내가 아닌 실외의 공간에서 이처럼 다양한 소리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은 세계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다.

배명진 숭실대소리연구소장(왼쪽)과 연구원들이 학교내에 만들어진 사운드 테마 파크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기남기자

배명진 숭실대소리연구소장(왼쪽)과 연구원들이 학교내에 만들어진 사운드 테마 파크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기남기자

- 사운드 테마 파크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습니까.

“해외 여행을 하면서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박물관들을 보면서 언젠가 ‘소리 박물관’을 세워야겠다는 계획을 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에 전시된 소리들에서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박물관을 찾아가 관람하는 소리가 아니라 생활 주변에서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살아있는 소리 공간을 고민하던 중 공원과 소리를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 사운드 테마 파크에는 어떤 내용이 있습니까.

“우리 주변에 있는 오솔길이나 숲길을 따라서 다양한 소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개울물이 흐리는 소리나 풀벌레 소리, 산새 소리 등 도시 생활에서 잊고 지냈던 자연의 소리들을 배치하고, ‘소리 전망대’ ‘공명의자’ 등 소리를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치들도 마련돼 있습니다.”

- 조용히 산책을 하고 싶은데 이 같은 소리들이 오히려 산책을 방해하지는 않습니까.

“일반적으로 정보를 습득할 때는 시각 정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시각을 이용한 정보 습득은 시각의 범위로 한정되며 스스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청각은 정보 습득의 방향성에 한계가 없으므로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말 그대로 사방에서 들려오는 청각자극에 노출되게 마련입니다. 주변 소음에 노출된 청각은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물소리, 바람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는 청각의 안정을 가져다줌으로써 휴식과 집중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 사운드 테마 파크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서울시가 사운드 테마 파크의 일부를 보라매공원에 소리건강동산으로 설치하기로 하여 2억5000만원의 추경예산을 확정했습니다. 내년에는 10억원을 들여 상암동 노을공원에 사운드 테마 파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소리’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일반적으로 소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자나 공학자의 눈에 소리는 공기의 진동과 에너지로 설명됩니다.”

- 공학적 측면에서 소리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습니까.

“음향학적 측면에서 더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한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좋지 않은 소리를 제거하는 기술이 요즘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나 각종 기계에서 발생하는 소음 제거 기술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휴대폰을 비롯해 GPS(지리정보) 음성정보, 광역교통망 서비스 등에도 소리가 접목되고 있습니다. 사운드 테마 파크는 소리가 웰빙과 결합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각종 소리에 민감해 질 수밖에 없을 텐데, 소리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어린시절 아버지의 고장난 축음기와 라디오를 보면서 소리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습니다. 소리는 나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아 무척 신기했습니다. 라디오 속의 사람들이 다 어디갔나 생각하기도 했고, 라디오 속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오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배터리가 다 된 라디오를 듣기 위해 전봇대 위에 올라 갔다가 감전되는 사고를 당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온 인생을 ‘소리’에 바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온통 소리에 집중되다 보니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는 물론 들리지 않는 소리도 발견해서 그 소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 즐겁습니다. 2004년에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종소리를 사이버상에서 복원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등 역사적 인물들의 목소리 복원 등 우리 문화재에 소리를 입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 친화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실용화하기도 했습니다. 인체 장기들이 좋아하는 주파수가 있는데 이를 응용한 것이 ‘소리 안마의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소리를 가지고 별 거 다 한다 생각하실 겁니다.”

- 많은 사람들이 소음 공해를 호소하는데, 소음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없습니까.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범위(가청범위)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대개 20Hz에서 2만Hz까지입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비교적 좁은 음역에 걸쳐 있는데, 남성의 목소리는 대개 90Hz, 여성의 목소리는 200Hz에서 500Hz 정도입니다. 피아노 건반으로 치면 가운데의 4옥타브 정도에 해당됩니다. 사람은 보통 이 음역의 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고 이 범위를 벗어난, 높거나 낮은 소리에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소리에 대한 반응과 선호도는 개인차가 존재합니다. 어떤 소리를 소음이라고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것은 소음이라는 전제하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도시 소음의 주범인 자동차나 각종 기계음들을 차단한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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