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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바스터즈 : 거친녀석들’

‘개떼들’의 복수극… 역시 타란티노 영화

[영화 리뷰]‘바스터즈 : 거친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는 죽지 않았다. <저수지의 개들>(1992)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미국 영화계에서 매우 중요한 감독 중 한 명으로 자리한 그였지만, 전작 <데쓰 프루프>(2007)는 그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범작이었다. 하지만 올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처음 상영되고 29일 한국에서 개봉하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원제 Inglourious Basterds)은 타란티노의 솜씨가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수작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점령된 프랑스 시골의 한 농가. 멀리서 나치 군인들이 다가오자, 농부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일을 멈춘다. 농가를 찾은 이는 ‘유대인 사냥꾼’이라는 별명의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프 왈츠). 그는 사냥개 같은 감각으로 곳곳에 숨은 유대인을 찾아낸다. 란다에게 들킨 일가족이 몰살당한 가운데, 아름다운 숙녀 쇼사나만 살아남아 복수를 꿈꾼다.

다른 한 편에는 유대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특수부대 ‘개떼들’과 이들을 지휘하는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가 있다. 이들은 나치를 잡아 머릿가죽을 벗겨 공포감을 조성한다. 나치를 죽일 뿐, 살려둔 채 포로 교환은 하지 않는다. 레인 중위는 영국 스파이로 암약하는 독일 여배우 브리짓(다이앤 크루거)에게서 나치 지도자 히틀러가 참석하는 영화 시사회가 열린다는 정보를 받는다. ‘개떼들’은 히틀러 암살계획을 세운다.

란다 대령이 유대인을 숨겨준 프랑스 농부와 대화하는 초반부 장면부터 타란티노의 진가가 드러난다. 둘은 사무적이고 일상적 대화만을 주고받으며, 별다른 카메라의 기술도 발휘되지 않는다. 그러나 객석에는 얼음장 같은 긴장감이 감돈다. 대사의 톤과 표현의 뉘앙스가 절묘하게 어울린 결과다. 대사 쓰는 솜씨만큼은 현재 전 세계 영화계에서 타란티노를 따라올 이가 없어 보인다.

특유의 선곡 감각과 음향효과도 돋보인다. 엔니오 모리코네, 데이비드 보위 등 20~30년 전 노래들이 새 화면을 입고 살아난다. 타란티노 본인도 서부극, 전쟁영화, 필름 누아르의 전통을 능청스럽게 끌어들여 쓰는데, 음악이든 영상이든 좋은 작품은 이미 충분히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여러 명의 캐릭터가 한꺼번에 등장함에도 밋밋한 캐릭터 하나 없이 펄떡펄떡 살아 있는 인간처럼 보이는 것도 대단한 실력이다. 란다 대령, 레인 중위, 쇼사나를 비롯해 숱한 등장 인물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약한 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한다.

빛나는 외모에 가린 측면이 있지만, 브래드 피트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하지만 란다 대령 역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크리스토프 왈츠의 압도적인 연기 앞에서 빛이 바랬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독일어권 바깥에선 무명에 가까웠던 왈츠는 유머와 공포를 한 대사에 버무려 넣을 줄 아는 배우다.

<바스터즈>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2차 대전과 나치를 그린 영화가 지켜왔던 한 가지 전제를 무너뜨린다. 모든 게 가능한 영화에서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일이다. ‘콜럼버스의 달걀’은 역시 아무나 깨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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