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뒤부터 골목의 인심이 많이 나빠졌다. 잠깐이라도 방심하고 있으면 이웃의 누군가가 제 집 앞에 내놓아야 할 쓰레기를 남의 집 앞에 갖다놓곤 한다. 그나마 정해진 규격 봉투에 넣어 버리면 다행이다. 속에 뭐가 담겨 있는지 모르는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가 대문 앞에 턱 놓여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다.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일수록 버린 자를 알 수 없는 쓰레기 더미가 자주 눈에 띈다. 재개발과 난개발로 골목길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지만 쓰레기 때문에 이웃들이 험한 말을 하는 풍경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파른 언덕길, 길보다 낮은 곳에 있는 방들, 방문을 열면 바로 골목이 되는 집들…. 누군가는 그 골목에 꽃을 심기도 한다. 올해도 과꽃,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분꽃처럼 눈에 익은 꽃이 철따라 피었다. 남쪽 지방에서 한 가지 꺾어와 힘들게 뿌리를 내리게 한 뒤 화분에 옮겨 심었다는 유도화도 꽃을 피웠다. 고추와 토마토도 붉게 익었다. 좁디좁은 화분에서 키 큰 해바라기가 쟁반만한 꽃을 피우기도 했다. 몇 줌 되지 않는 흙의 힘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