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한 며칠 전 여행의 끝자락. 우리는 안압지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는 안압지 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도 여러 번 들어가 봤지만, 밤엔 처음이었던 터라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들어가 보자, 늦었으니 그냥 가자, 하며 친구들이 의견을 조율했다. 나는 잽싸게 달려가 몸이 불편한 한 친구가 타고 다닐 휠체어를 빌려 그들 앞에 대령했다.
입구에서부터 한 친구의 감탄사가 그치질 않았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녀가 감탄하는 대상은 뜻밖에도 가로등 불빛을 받고 있는 커다란 나무였다. 나는 여행 내내 봤던 나무들과 다를 바 없는 그 나무가 왜 그토록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알 수 없었다. 오래된 건물의 기단을 복원해 둔 곳도, 어둠이 내릴수록 아름다워지는 야경도, 불빛을 받는 넓은 연못도 아닌….
나올 때도 친구의 감탄은 그치지 않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에 심취한 그녀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나도 뒤늦게 그 나무에 감응할 수 있었다. 가로등 아래서 곱게 물든 한 나무의 ‘온몸’이 바람에 사르륵사르륵 흔들리고 있었다.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나는 그 아름다움을 마음으로만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