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그리운 어느 날, 벼르고 벼르다 친구와 함께 제주도로 날아갔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타고 달렸다. 아주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잠깐 멈춘 곳에서는 노을을, 오래 멈춘 곳에서는 해돋이를 보았다. 황금빛 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좁은 올레길도 지나갔다. 소담한 제주의 전통 방파제, 오래된 사진집에서나 본 듯한 나룻배도 보았다. 공동 빨래터가 있는 한적한 마을도 지나갔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에게서 강한 동질감도 느꼈다.
그러다 우리는 느긋하게 앉아 차를 마셨고, 혀에 착착 감기는 값싸고 맛있는 음식도 끼니마다 먹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드넓은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보지 못한 것뿐. 그 길 어딘가에서 갑자기 마음이 숙연해지는 것을 느꼈다. 섬 전체를 뒤덮었던 검은 용암이 식어 형성된 바위 위로 화산재가 쌓여 수많은 생명을 기르고, 철따라 쉬게 하는 풍경… 쓸쓸하나 피해 갈 수 없는 풍경… 오래 전 망망대해를 떠돌다 바위 위로 내려앉았을 먼지들. 먼 사막의 바람에 실려왔을 질곡한 삶의 미립자들. 비록 먼지 같으나 지금은 부대끼는 일상의 소중한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