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캐릭터 키우는 게임기 ‘불티’
쉽게 들고 다니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임기로 닌텐도DS만큼 단번에 폭발적 인기를 끈 것이 또 있을까. 초·중생들이 닌텐도를 끼고 자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이들에게 닌텐도는 이제 단순한 게임기를 넘어 애완동물 같은 존재다.
10여년 전에도 닌텐도와 여러 모로 닮은 게임기가 있었다. ‘다마고치’라는 어린 아이 손바닥 크기만한 게임기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게임기 제조업체 반다이는 1996년 오늘 다마고치를 시장에 내놨다.
계란(다마고)과 시계(워치)의 합성어인 다마고치는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특히 초등학생과 여중생이 열광했다. 다마고치는 병아리, 강아지, 공룡 등 동물 캐릭터에게 먹이를 주거나 훈련시켜가며 키우는 ‘사육 놀이’다. 조작은 비교적 간단했지만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점이 흥미로워 순식간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다마고치는 진화를 거듭했다. 다른 다마고치와 원거리 소통도 가능해져 결혼하거나 파혼할 수도 있었다. 아이들은 다마고치 속 애완동물을 자기의 분신으로 여겼다.
이 아이디어 상품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조그만 게임기가 아이들의 혼을 뺏어가자 어른들은 점차 걱정하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다마고치 열풍의 원인을 ‘핵가족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개인화가 심화되는 사례’라며 우려 섞인 진단을 내렸다. 캐릭터 동물을 마음대로 죽이거나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생명 경시 성향’을 심어준다는 분석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어른들 눈에 다마고치는 비교육적으로 보였다. 가상의 동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길러준다는 긍정론은 소수에 그쳤다.
수업시간에도 다마고치를 손에서 놓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부작용이 나타났다. 수업 도중 여기저기서 ‘삑삑’ 하는 소리가 나면서 수업을 방해한 것이다. 이에 교육당국은 전국 초·중학교에 다마고치 금지령을 내렸다. 다마고치가 한국에 상륙한 지 한 달도 안된 시점이었다.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다마고치는 여전히 마니아를 중심으로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