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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포르쉐911터보 시승기…소름끼치는 500마력 경험해보니

입력 2009.11.23 12:06

수정 2009.11.2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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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향닷컴 김한용기자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등 수퍼카 메이커들이 매년 좀 더 커다란 엔진을 싣는데 열을 올리는 동안 포르쉐는 자그마한 스포츠카를 꾸준히 만들어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얻어내고 있다. 이번의 새 포르쉐도 그 철학에는 변함이 없었다.

포르쉐는 포르쉐911 신모델들의 개발 코드명을 이전과 같은 997로 두었다. 큰 변화가 아닌 부분적인 개선이라는 겸손한 의미다. 내외관 스타일은 이전과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만 사실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등 내실은 큰 폭으로 향상됐다.

새로운 포르쉐 무엇이 달라졌나

우선 엔진이 바뀌었다. 배기량은 기존보다 늘었지만, 아직도 3.8리터급. 경쟁 수퍼카들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작은 엔진이다. 형식은 이전과 같은 '수평대향 6기통 트윈 터보'지만, 이전과 같은 부품은 전혀 없을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엔진이다. 무게도 12kg이나 줄고 무게 중심도 낮춰 주행감각이 향상됐다.

이 엔진은 직분사를 이용해 더 강력한 힘을 낸다. 최대 출력은 20마력이 증가하고 토크도 3kg·m 증가했다. 66.3kg·m라니, 가솔린 엔진 출력으로 믿기 어렵다.

신형 포르쉐911터보 시승기…소름끼치는 500마력 경험해보니

핸들에 달려있는 변속레버인 'PDK 패들 시프트'는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이전의 패들시프트는 당기면 기어가 내려가고 밀면 올라가는 방식(BMW와 반대 방향)으로 변속했지만, 이번의 패들시프트는 왼쪽을 당기면 내려가고 오른쪽을 당기면 올라가는 방식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달려보니…이전과 전혀 다르다

차를 출발 시키자마자 달라진 점이 확연히 느껴졌다. 이전 911터보는 어느 정도 가속이 이뤄졌을 때 "콰과콱!"하는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다시한번 급발진을 하는 듯한 구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신형은 더 강한 가속력에도 불구하고 불규칙하게 머리가 젖혀져버리는 느낌이 없었다.

사실 신형 911터보가 모든 것이 강해진 것은 아니다. 터보 압력은 오히려 이전에 비해 20%나 줄었다. 직분사 덕분에 강한 터보차져가 없이도 충분한 출력을 낼 수 있어 이런 세팅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터보랙(터보가 동작하기 전 엔진이 둔해지는 현상)을 느끼기는 커녕 터보가 작동하는 시점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변속기도 7단 자동변속기(PDK)로 순간적이고 매우 부드럽다. 이전 모델의 5단 변속기는 변속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등을 때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 7단은 기어 변속을 느끼지 못하도록 쭉 밀어붙인다. 엔진이 최대 출력에 가까운 힘을 꾸준히 내도록 적절하게 변속해주니 가속하는 내내 머리를 헤드레스트에서 떼낼 수 없을 정도다.

이 PDK를 장착해도 1595㎏으로 경쟁차종에 비해 월등히 가볍다. 이로 인해 PDK에 스포츠패키지를 장착한 차량은 시속 100km까지 가속을 불과 3.4초에 끝낸다. 경쟁모델의 가속시간은 ▲신형 아우디 R8이 3.9초, ▲BMW M6가 4.6초,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60이 3.7초다. 최근 선보인 페라리 이탈리아가 3.4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해 비슷한 성능을 보여준다. 포르쉐 911터보의 최고속도는 시속 312km다. 이같은 성능을 내면서도 공인연비가 8.6km/l(유럽기준)라는 점은 대단한 성과다.

신형 포르쉐911터보 시승기…소름끼치는 500마력 경험해보니

공로에서 달리는 가속감은

시승코스는 해안 도로를 거쳐 인적이 끊어진 골목길까지 다양한 구간으로 이어졌다. 믿기 힘든 속도로 운전대를 꺾어대는 데도 한치 흔들림 없이 헤쳐 나갔다. 코너를 거듭할 수록 차가 뒷받침 해줄 것 같다는 신뢰가 쌓여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나중엔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시속 100km 넘는 속도로 달리다 보니 마치 랠리 경주 운전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퉁이 뒤가 보이지 않는 길에서 500마력으로 밀어붙이는 짜릿한 느낌은 아우토반 1차선에서 상대방을 압도하면서 달리는 기분과 사뭇 다른 즐거움이었다. 물론 코너를 돌아 바로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바로 서거나 피할 수 있을만큼 잘 돌고 잘 서는 시스템이 갖춰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형 포르쉐911터보 시승기…소름끼치는 500마력 경험해보니

이 배경에는 다이내믹 엔진 마운트라는 조금 황당한 기능이 있었다. 평상시는 엔진을 액체 마운트에 띄워놓아 진동이 차체에 전달되지 않도록 하다가 급브레이크나 급코너에 진입하면 유체 마운트를 즉시 굳혀 엔진이 차체에 고정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엔진의 불필요한 출렁거림으로 코너에서 영향을 받는 일이 없게 됐다.

66.3kg·m라는 믿기 힘든 출력을 네바퀴에 보내고 있지만, 토크벡터링 덕분인지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를 경험하기 어려웠다. 1950RPM이라는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나오는 엔진도 대단했지만, PDK 덕분에 500마력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점도 운전의 재미를 더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보니 200km/h를 넘었는데도 처음 100km까지 가속할 때와 비슷한 가속감이 이어졌다. 포르투갈의 고속도로는 아우토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구불거리고 언덕과 내리막이 이어졌지만, 계기반에 시속 300km까지 나타나게 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잠시 후 시승한 카브리올레(천장을 오픈할 수 있는 차) 모델도 탄탄한 느낌에는 큰 변함이 없다. 천장을 열고도 옆사람과 대화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공기가 실내로 들이치지 않고 부드럽게 윈드 디플렉터 뒤로 넘어가도록 공기역학적으로 잘 만들어진 덕분이다.

엄청난 속도로 2~3시간 동안 즐기다보니 유럽의 유명한 에스토릴(Autódromo do Estoril) 서킷에 도착했다.

"토할것 같애, 내려줘"

서킷에는 몇대의 911 터보가 최고속도에 가깝게 주행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대형항공기가 이륙하는 활주로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에스토릴 서킷은 과거 F1이 개최 되던 유명 서킷 중 하나다. 전체 길이가 4㎞가 넘는 가운데, 직선 주행로가 길고 복잡한 커브가 잘 조합돼 차의 다양한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곳이다.

이날 주행은 포르쉐 인스트럭터가 인솔하는 가운데 4대씩 꼬리 물듯 바짝 붙어 주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포르쉐 인스트럭터는 무전기를 통해 "우리 4대가 한덩어리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앞차와 간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가깝게 붙으라는 얘기다. 처음에는 시속 100km 정도의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가 싶었다.

인스트럭터는 점차 속도를 높이더니 나중엔 직선로를 시속 300km로, 어지간한 코너는 200km 넘는 속도로 공략하고 있었다. 코너 중간부터 기어를 낮추고 가속패달을 밟아 최대한 속도를 내지 않으면 따라가는것조차 결코 쉽지 않았다. 나중에는 열이 오른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비명을 질러대는 통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핸들과 엑셀을 극도로 미세하게 조정해야 했고, 이상적인 라인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언더스티어(차가 코너 바깥으로 미끄러짐)가 생기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언더스티어를 신경써 바로 잡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복구하는 느낌이들었다.

포르쉐의 인스트럭터는 "PTV(포르쉐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코너에서 안쪽 뒷바퀴에 약간의 브레이크를 걸어 반대바퀴에 더 많은 토크를 넘겨주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언더스티어를 크게 줄이게 된다는 것이다.

신형 포르쉐911터보 시승기…소름끼치는 500마력 경험해보니

이날 시승차 중에는 옵션 가격만 1천만원이 넘는다는 PCCB(카본세라믹브레이크)를 장착한 차도 있었지만, 일반 브레이크를 장착한 차량도 수십바퀴를 도는 동안 무뎌지지 않고 날카로운 컨디션을 유지했다.

서킷 주행만 네시간 넘게 진행하자 옆좌석에 탄 다른 매체 자동차 기자가 도저히 더 못타겠다며 내려달라고 했다. 경험많은 운전자들이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동안도 이 차는 도무지 지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한 911 터보 몰아보니

수동변속기는 자동변속기(PDK)만큼 빨리 운전할 수는 없었다. 변속시점에 잠시나마 동력이 끊긴다는 점 때문이기도 했고, 6단 수동변속기에 비해 PDK가 7단으로 세분화 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게다가 스포츠모드에서 PDK의 기어 선택은 운전자 마음을 미리 읽는 듯 탁월했다. 하지만 변속때마다 등을 때리는 느낌과 더 까다로운 운전의 재미를 원한다면,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는게 제격이다.

신형 포르쉐911터보 시승기…소름끼치는 500마력 경험해보니

일반적으로 서킷에서는 컨버터블을 오픈하고 달리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이날 서킷에서는 컨버터블을 오픈하는 것 또한 허용됐다. 오픈에어링(천장을 열고 주행함)을 즐기면서 시속 300km로 달리라고 종용하다니 이율배반적이다. 그런데 포르쉐 911 터보 컨버터블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컨버터블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강성에 공기가 들이치지 않도록 만든 공기역학적 디자인 덕분이다. 1초를 다투는 경쟁을 원한다면 쿠페를 선택해야겠지만, 개방 상태로 시속 300km로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컨버터블도 좋은 선택이다.

신형 포르쉐를 말해주는 기능…론치 컨트롤

새로운 포르쉐의 '론치 컨트롤(Launch Control)'은 꽤 재미있는 기능이다. 변속 타이밍과 출력을 최적으로 조절해 초보운전자라도 가장 빠르게 최고 속도가 날 수 있도록 해준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함께 잠시 밟으니 핸들에 '론치 컨트롤'이라는 불이 들어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니 타이어에서 "끽" 하는 짧은 미끄러짐과 함께 차가 로켓이 발진하듯 전진해버렸다. 눈이 퀭해지고 피가 몸의 뒤쪽으로 쏠려 버리는 것 같은 가속이 인상적이다. 불과 3.4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더니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넘어 300km/h를 향한다.

론치 컨트롤은 공로에서 신호대기 중에도 사용이 가능했다. 무섭도록 몰아붙이는 가속 중에도 핸들을 돌리거나 엑셀에서 발을 떼면 즉시 기능이 해지 되니 안전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다만 포르쉐 911 터보의 급가속 소리는 보잉 항공기 이륙소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지탄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최근 수퍼카 오너들을 만나보니 포르쉐 오너들은 대체로 론치 컨트롤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페라리 오너들과 달랐다. 사실 페라리 등 경쟁업체도 론치 컨트롤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오너들은 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왜냐고 물으니 '고장날까 걱정돼서'라고 했다. 대다수 수퍼카 운전자들은 매일 고장의 걱정속에 살지만 포르쉐는 시속 300km를 넘으면서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다.

포르쉐는 이번에 현존하는 3.8리터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을 만들었다. 그것도 터보압력을 애써 줄이는 등 여유까지 한껏 부려 만든 것이다. 이전 엔진은 터보 부스트가 작동하는 시점이 느껴져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뉘었지만, 이번 엔진은 불만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매끈하게 가다듬어졌다.

경쟁모델의 경우 약간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신뢰감으로 매일 즐기며 탈 수 있는 수퍼카를 찾기는 어렵다.

신형 포르쉐911터보 시승기…소름끼치는 500마력 경험해보니

[기본 사양]
전체 길이×전체 폭×전체 높이=4450mm×1852mm×1300mm
휠 베이스=2350mm
차량 중량=1595kg
구동 방식=4WD(후륜기반)
엔진=3.8리터 수평 대향 6기통 트윈 터보
최고 출력=500마력 @6000rpm
최대 토크=66.3kg·m/1950~5000rpm
트랜스미션=7속 듀얼 클러치(PDK)
연비(유럽 신기준)=8.6km/L
가격=미정 (이전모델: 쿠페 약2억원, 카브리오레 약 2억1800만원)

▶ [화보] 신형 포르쉐 911 터보 포르투갈 시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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