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친 며칠 전, 삼릉에 갔다. 나흘 전에도 근처에 있었지만 불과 며칠 사이 계절이 성큼 바뀌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그 빠른 속도감에 놀라며 솔숲을 거닐다 점심을 먹기 위해 얼마쯤 걸었다. 낡은 집들 담에 줄을 매 무청을 널어놓은 것이 보였다. 아직 물기가 그대로 있는 무청은 무거워 축 늘어져 있었고, 바람에도 큰 흔들림이 없었다.
한 친구가 대문 앞에 노란 국화꽃이 핀 집을 가리켰다. 열린 대문 안으로는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가 기구에 의존해 걷는 운동을 하는 것이 보였다. 노인은 바깥 세상이 궁금한지 꽃에 나비처럼 몰려온 우리를 거실 유리를 통해 계속 내다보고 있었다. 털장갑을 끼고 있어도 손이 시린 그 추위에도 얼지 않고 싱싱한 빛깔을 내뿜는 국화꽃에서 눈을 떼 머리를 들자 더욱 고혹적인 장미…계절을 망각한 듯 강렬한 자태….
우리는 아예 집 주인의 허락을 받아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농사를 짓지 않는 집 마당엔 네모난 작은 화단이 있었는데, 벌써 동백꽃 송이가 제법 부풀어 있었다. 계절은 어느 순간 불쑥 오는 게 아니라 그처럼 준비하며 차근차근 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