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후원 받은 국내 첫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박지우
“안정적으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더욱 노력하여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14일 LIG손해보험 스포츠단(단장 권중원)과 후원 계약을 체결한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박지우 선수(29)의 목소리에선 기쁨과 설렘이 묻어났다. 박 선수는 그동안 훈련비는 물론 국제대회 출전 경비까지 대부분 스스로 감당해 왔다. 비인기 종목인 댄스스포츠 선수가 기업 후원을 받게 된 것은 박 선수가 처음이다.
룸바, 삼바, 차차차, 파소도블, 자이브의 라틴댄스 5개 장르를 겨루는 댄스스포츠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종목으로 인식되기보다 ‘무도장’과 ‘제비족’을 연상시킬 만큼 선입견이 강하다. 그러나 박 선수에게 댄스스포츠는 아주 익숙한 일상이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는 박 선수는 부모님은 물론 누나 등 온 가족이 춤을 사랑하는 댄스가족이다. 아버지 박효씨는 댄스스포츠 국가대표 감독이고, 누나 지은씨 또한 라틴댄스계 최고 스타다. 지우·지은 남매는 2005년 동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댄스스포츠 라틴댄스의 ‘차차차(cha cha cha)’ 부문에 커플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특히 지은씨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씨 등에게 라틴댄스를 지도해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가족 모두 춤에 대한 열정이 넘쳤기 때문에 항상 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박 선수는 댄스스포츠에 대한 편견과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가족들의 격려로 버텨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포기할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영국 유학을 떠난 그는 2002년 이탈리아오픈 라틴댄스 2위, 전영국 라틴댄스챔피언컵 1위를 거머쥐며 국제적인 라틴댄스 스타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7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블랙풀대회(브리티시댄스 챔피언십)를 앞두고 파트너 결정이 무산돼 출전을 중도 포기해야 했다.
“당시 충격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귀국해 국가대표 트레이너가 됐습니다. 하지만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남더군요.” 결국 지난해 블랙풀대회 재도전을 선언하고 선수로 복귀했다. 오는 19~21일에는 영국에서 열리는 UK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나서 세계 선수들과 기량을 겨룬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위 선양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댄스스포츠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는 댄스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감정 표현이자 남녀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몸의 표현이라며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