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년의 집’ 알로이시오 관현악단 내달 11일 ‘꿈의 무대’
한국의 당찬 10대들이 다음달 11일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아동복지시설 ‘부산 소년의 집’ 중·고생들로 구성된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이다.
1979년 미국인 신부 고 알로이시오 슈왈츠 몬시뇰이 창단한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은 그동안 각종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아왔지만 카네기홀에서 연주하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카네기홀은 전 세계 음악인들이 선망하는 ‘꿈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을 통해 삶의 기쁨과 보람을 찾아온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인 셈이다.
지난 22일 찾은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의 연습실은 설렘과 기대로 가득찬 아이들의 눈빛과 열정으로 뜨거웠다.
진한 눈썹과 베토벤을 연상케하는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악장 박광현군(17·고2)은 “몇 번의 무대 경험이 있지만 이번 카네기홀 공연은 그 어느 공연보다 긴장된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막내 남진군(15·중3)에게 이 음악을 어떤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디에 계시는지는 모르지만 엄마, 아빠가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카네기홀 공연이 확정된 이후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은 매일 4시간 이상, 방학인 요즘에는 하루 8~9시간씩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 연주자들에게 파트별로 레슨을 받고 있다. 매주 한차례 서울에 가 2시간가량 집중 레슨을 받고,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아들인 정민씨(25)의 지휘 아래 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우리 실력으로 카네기홀에 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연습 때처럼만 하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첼로의 거장 요요마를 좋아해 ‘노요마’로 불린다는 노건형군(16·고1)은 큰 무대도 두렵지 않다는 듯 자신감을 보였다.
졸업생으로서 이번 공연에 함께하게 된 호른 연주자 최진욱군(20·대학 휴학)은 멕시코 공연 등 자신의 해외 연주 경험을 들려주며 동생들을 이끌고 있다. 최군은 “함께 생활하면서 다진 협동심, 서로에 대한 배려와 양보가 음악 속에 깊이 묻어나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카네기홀 공연은 정명훈씨에 의해 성사됐다. 모든 경비는 정씨가 이끄는 사단법인 ‘미라클오브뮤직’이 지원하고 있지만, 120명이나 되는 단원들이 움직이려니 부족한 것이 많다. 공연 뒷바라지를 하는 불케리아 수녀는 “무엇보다 악기를 담을 케이스가 부족해 악기를 운반할 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현지에서 쓸 약간의 용돈도 주고 싶은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며 아쉬워했다.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은 카네기홀 공연에 앞서 국내에서도 공연한다. 30일 서울 은평문화회관, 2월4일 경북 구미문화예술회관, 5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무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