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날 콘서트장에 가려고 아내와 부천 송내역에서 전철을 탔다. 전철 안은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로 꽉 차 있었고 우리는 문 가까운 곳에 손잡이를 잡고 섰다.
앞에 앉은 중년여인은 휴대전화에 대고 큰소리로 친구와 어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호기심 반 짜증 반으로 주위를 살펴 보니 한 자리 건너 학생은 손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문자판을 누르고 있었고, 출입문 앞에는 문을 반쯤 기댄 20대 초반의 여성이 누군가와 시시콜콜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전철 안 여기저기에서는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고, 출입문 앞 젊은 여성은 우리가 신도림역에서 내릴 때까지 통화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과 같은 동양문화권인 일본 도쿄와 태국 방콕은 한국과는 달리, 전철 안에서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불쾌감이나 폐를 상대에게 주지 않았다. 자주 이용했던 도쿄 지하철 풍경이 눈에 선하다. 회사원들은 만화책·소설책을 읽거나, 옆 사람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메일을 보내고, 이어폰으로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휴대전화 벨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것은 일본인들은 공공장소에서는 휴대전화를 매너모드로 전환하여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콕의 전철은 지상으로 다니는 지상철(BTS)과 지하로 다니는 지하철(MRT)이 있다. 지상철은 2개 노선 25개 역이고 지하철은 총 길이20㎞의 1개 노선 18개 역이 전부다. 두 노선을 일주일 동안 이용했는데 손님들은 좌석에 앉아서 TV에서 나오는 광고를 보거나, 옆 사람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젊은이들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거나 큰소리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휴대전화 보유자가 적거나 전철구간이 짧아서 그럴까’라고 생각도 했지만 아마 어린 시절부터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범절 교육을 철저히 받았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70~80%가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우리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최신 정보검색, 게임, 동영상감상, 카메라, 금융 시스템의 결합 등 한 대의 휴대전화는 빠르고 편리한 일상생활을 제공해준다. 이렇게 생활의 필수품인 휴대전화도 공공장소에서 예의범절을 지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 현대사회는 점점 개인주의로 심화해 가고 있다.
그런데 외국의 개인주의는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한국의 개인주의는 상대를 개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게 필요하면 공공장소든 어디든 시끄럽게 벨소리를 울리고 큰소리로 떠들며 통화한다. ‘나만 편하고 좋으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쳐도 상관없다’는 행동양식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충족조건에 반하는 것이다. 국민소득 향상만으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