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창고·화장실에서 ‘찬밥’…따뜻한 밥 한끼 권리 찾기 나서
여성·고령·비정규직 삼중고…“인간적 처우개선” 당당히 요구
ㅇ대학에서 일하는 미화 노동자 신복기씨(60·여)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두끼의 도시락을 싼다. 자신이 먹을 아침·점심이다. 80만원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신씨에게 대학 직원식당의 식사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하지만 그 넓은 학교에도 그에겐 도시락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제대로 된 휴게실이 없다. 칸막이와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건물 구석에서 무릎이 시려오는 것을 견디며 차디찬 밥을 씹는다.
ㅅ병원에서 간병 노동자로 일하는 정금자씨(60·여)도 ‘따뜻한 밥 한끼’가 간절하다. 24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그는 토요일 오후에 일주일치 주먹밥을 미리 싸온다. 냉동실에 얼려뒀다가 끼니 때가 되면 녹여서 먹는다. 병동 한 쪽 구석에서 ‘눈칫밥’을 10여년 넘게 먹어온 정씨는 “간병 노동자에게 금보다 귀한 게 밥”이라고 말했다.
‘밥 한끼’의 의미 서울 신촌역 앞에서 3일 열린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 캠페인에 참가한 시민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밥 한끼’의 의미 등을 적어넣은 뒤 줄에 걸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공공서비스노동조합·인권운동사랑방·사회진보연대 등이 3일 서울 신촌역 앞에서 ‘따뜻한 밥 한끼의 권리’를 요구하는 캠페인에 나섰다. 여성·고령·비정규직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건물·병원·대학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미화·간병 노동자들이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고 외친 것이다.
이날 캠페인에 참가한 김윤희씨(63·여)는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며 따뜻한 밥을 먹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ㄱ병원에서 미화 노동자로 일하는 그는 이른바 ‘비트(비밀 아지트의 줄임말)’라고 불리는 병원의 어두운 공간에서 도시락을 까먹는다. 머리 위엔 전깃줄이 달려 있고 허리를 구부리고 출입하는 불편한 곳이지만, 밥값이 4000원인 직원식당은 부담스럽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청소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정규공간이 아닌 화장실 내, 계단 아래 창고, 지하창고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적절한 휴게공간을 마련하고 식당이용 보장을 통한 인간적 처우 개선책을 계약조건에 포함시키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날 캠페인을 시작하며 열린 증언대회에서는 일터마다 겉돌고 있는 현실이 그대로 고발됐다.
2005년 기준 43만여명인 미화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3.2%를 점한다. 국내 임금노동자 중 최대 직종이고 74.3%가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77.4%, 평균 연령은 57.15세다.
류남미 공공서비스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수많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에 맞서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라며 “휴게공간 보장뿐 아니라 간접고용·최저임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