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또 뭐라 불러야 해?”
BMW는 최근 알쏭달쏭한 차들을 내놓는다. 지난 3일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만난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그 최고봉이다. 이 차의 뒷부분은 해치백도 아니고 세단의 트렁크도 아니다. 뒷좌석은 트렁크가 있어야 할 위치까지 뒤로 기울어져 레그룸이 7시리즈 수준으로 넓다. 외신 기자들도 이 차를 뭐라 불러야 할 지 고민했다.
이번에 시승한 X1도 만만치 않다. BMW는 이 차를 X5나 X3와 마찬가지로 SAV(스포츠액티비티차량)라 이름 붙였지만, 이 차가 X5와 같은 계열의 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차체의 크기도 작을 뿐더러 지상고(차 바닥면의 지면에서부터의 높이)도 낮아 오프로드 주행 능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관 디자인은 무척 고급스러운데다 최신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그러나 주변 사물과 비교하면 차가 매우 작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150㎝를 살짝 넘기 때문에 어지간한 여성 눈높이보다도 낮다. 쏘나타에 비해서도 불과 5㎝ 높은 정도다. 디자인으로 인해 이상하리만치 커 보이면서도 실제론 작기 때문에 차 부분만 축소 왜곡된 느낌이어서 시선을 더욱 끈다.
강력한 X1 23d 시승해보니
시승차는 X1 23d 모델. 40㎏·m의 강력한 토크는 제쳐 두고라도 2.0ℓ 디젤엔진으로 204마력을 내니 대단한 수준이다. 역시 가속감도 탁월했다. 시트포지션은 BMW세단에 비해 불과 수 cm가량 높은 정도지만, 그래도 도로를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어 느낌은 여유롭다.
승객공간은 BMW 중형세단인 3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3시리즈에 골프백을 옹색하게 집어넣는 것에 비해, 이 차는 4개까지 충분히 실을 수 있겠다. 뒷좌석을 앞으로 젖히면 무려 1350ℓ까지 용량이 늘어나므로, 대형 냉장고를 넣고도 남을만한 크기다.
다만 시승차의 문제인지 몰라도 경쟁 모델에 비해 디젤 엔진음이 큰 편이었다. 실내에선 엔진음을 느끼기 어렵지만, 창을 열고 들어보니 옆 차에 미안한 마음마저 느껴진다. 친환경 디젤엔진이라 이산화탄소 공해 배출은 낮지만 소음 공해 배출은 높아지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된다.
X1은 오프로드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4륜구동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지상고가 낮고 타이어도 작아서 가급적 오프로드에선 달리지 않는게 좋겠다. 물론 눈길이나 빙판길에는 큰 도움이 된다. 눈이 내년에도 온다면, 그때는 힘을 쓸 만 하다.
이 차의 4륜구동은 오프로드보다 고성능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고속으로 주행하면서 미끄러뜨리려 해도 밸런스가 잘 맞아 좀체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BMW 세단이나 상급 SUV에 비해 약간 불안감이 느껴진다는 점이 아쉽다. 다른 메이커들의 어지간한 세단보다는 안정감이 높으니, BMW가 만든 SAV라는 점에 기대감이 너무 컸는지도 모른다.
블루투스도 지원하는 BMW의 내비게이션은 경쟁 수입사들과 달리 한국화가 매우 잘 이뤄졌다. 후방카메라가 잘 동작하고 통합 i-Drive 레버를 돌리고 누르며 원하는 곳을 세팅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별도의 리모컨을 이용해야 하고, 아우디나 폭스바겐은 약간 조잡한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야 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나은 부분이다. 다만 내비게이션 맵이 거의 2년 동안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 점은 경쟁사에 비해 뒤떨어지는 부분이다.
한국시장에서는 어떨까
이 차의 장르가 불분명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대부분이 SUV보다는 웨건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볼보 XC70 같은 느낌의 차로 보는 듯했다.
가격은 X1 20d가 5150만원, X1 23d가 6150만원이다. 엔진은 모두 디젤 2.0ℓ지만 20d는 싱글터보, 23d는 트윈터보를 장착해 177마력과 204마력이라는 차이가 있다. BMW코리아는 조만간 143마력의 X1 18d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차는 아마 3시리즈 디젤보다 저렴한 4000만원 중반대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시장은 보수적이어서 이 차와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인피니티 EX35나 아우디 Q5 같은 우수한 차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X1의 경우, 초도물량인 300대가 모두 계약되는 등 아직까지 반응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