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알록달록하고 디자인이 튀는 국산차를 시승하는 건 처음이다. 세계 최초로 승용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만들었던 기아차가 이번엔 세계를 놀라게 할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를 만든 듯 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사실 기아자동차 스포티지R를 타기 전에는 소음과 진동이 가장 걱정됐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에 꾸밈을 많이 집어넣으면 공기 저항이 늘기 때문에 고속 주행 시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커진다. 2.0리터 디젤 엔진도 출력을 무려 184마력까지 올려놨으니 막연히 기계 한계에 가까워 소음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 실제 시승해보니 이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이슬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어디선가 “스윽 스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속 160km 가량으로 달리는데도 너무 조용한 나머지 와이퍼 블레이드가 오가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던 탓이다.
다만 기자 한명은 타이어에서 나는 노면소음이 꽤 있다고 했다. 소음 문제를 지적한 기자는 이 차에 적용된 타이어가 저연비 타이어라서 연비를 높이는 대신 소음이 좀 있는 패턴과 재질이라 했다.
디자인의 과감함…비례의 힘
스포티지R의 디자인은 각기 떼놓고 보면 지나치리만큼 과격했다. 옆구리에 움푹 팬 부분을 만들고 깜박이는 범퍼에 달아 놓는 등...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의 파격적인 디자인 요소를 대거 적용했다. 색상도 반짝이는 테크노 오렌지색도 놀랍지만, 노란색을 SUV용으로 등장시킨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보니 디자인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미래 디자인을 앞장선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색이 잘 어울릴 수도 있구나 감탄할 정도다.
스포티지는 투싼ix와 비교해 전고가 낮고 전장이 길고, 전폭이 넓다. 전반적으로 더 납작하고 길어 더 날렵하고 스포티해 보인다. 심지어 기아 쏘울과 나란히 놓고 봐도 천장 높이에서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았다.
앞부분을 높이고 뒷부분을 크게 낮춘 천장 디자인이나 휠아치 부분을 부풀린 점은 성능을 강조하는 요즘 디자인 추세에 부합한다.
후방 깜박이를 제동등과 함께 두지 않고 범퍼 위치까지 내려놨다는 점은 약간 우려가 됐다. 만약 범퍼 추돌시 깜박이 부분이 깨질 가능성이 있고, 트럭 등에서 내려다보면 잘 안보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스포티지S’ 주행 해보니
차에 올라탔을 때 SUV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세단의 승차감과 SUV나 미니밴의 실용적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기아차의 설명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이와 비슷한 콘셉트의 차가 유행이다. 예전에는 인피니티 EX35 정도뿐이었지만 올해 들어 BMW X1, 푸조 3008, 미니 컨트리맨, 폭스바겐 골프 크로스 등의 신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차에 장착된 2.0리터 184마력 엔진은 사실 놀라운 수준이다. 최근 폭스바겐 골프 GTD(4190만원)가 170마력, 티구안(4170만원)이 140마력, BMW X1 20d(5180만원)가 177마력인데 비해 강력하다. 물론 BMW에는 6150만원에 204마력짜리 X1 23d 모델도 있긴 하다.
공회전 소리가 골프 GTD에 비해선 약간 더 시끄럽다. 하지만 BMW X1 23d에 비해선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이들 차종처럼 가속페달을 밟으면 튀어나가는 느낌은 아니다. 연비 때문인지 D 모드에서는 지나치리만큼 부드럽게 세팅돼 있다.
기어노브를 왼편으로 옮겨 M모드에서 기어 변속을 하면 가속감은 훨씬 좋아졌다, 놀랍다기보다 동급에서 가장 좋은 엔진이니 당연한 느낌이다.
실용성을 빼놓을 순 없다
세단보다는 아주 약간 높을 뿐이지만, 아이를 안아 유아용 시트에 앉힐 때 허리를 덜 굽혀도 되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하다. 유모차를 쉽게 트렁크에 던져 넣을 수 있는 점도 CUV의 장점이다.
투싼에 비해 길어진 전장은 엔진룸과 트렁크 공간에 많이 할애됐다. 골프채 가방도 4개, 보스톤백도 4개를 넉넉하게 넣을 수 있다. 트렁크 아래는 작은 수납공간을 만들어뒀다.
뒷좌석 등받이의 각도도 참 중요하다. 세단 중에는 꼿꼿하게 세워 앉아야 하는 차들도 많은데, 이 차의 경우 시트포지션이 약간 높아선지 등받이를 약간 눕힐 수 있었다. 이 약간의 차이가 장거리를 운행하는 경우에는 크게 작용할 것 같았다.
이 차의 경우 2피스라서 파노라마 썬루프도 조금 더 저렴하고, 천장의 평평한 부분이 비교적 넓어 더 많은 부위를 유리로 만들었다. 답답할 수 있는 뒷좌석의 개방감이 다른 차에 비해 우수하다. 다만 파노라마 썬루프의 덮개가 자동이 아니라서 손으로 여닫아야 한다는 점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