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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말라 타들어가는 중소기업

입력 2010.04.04 22:04

중소기업 지원 정책자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정부가 책정한 정책자금 3조1355억원 가운데 3월까지 27.4%가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중소기업청이 예상했던 20.7%를 7%포인트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분야별로는 올 1·4분기에 동네슈퍼 등 소규모 점포를 대상으로 한 소상공인 지원자금이 55.2%나 집행됐고, 긴급 경영안정지원 자금도 35%나 대출됐다. 호전 기미를 보이는 경기지표와 달리 여전히 경영난에 돈줄이 마른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자금에 매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해마다 정부가 경기상황을 고려해 책정하는 정책자금 소진율이 예상을 웃도는 현상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정책자금 대출 수요가 높다는 것은 경기 호전의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더구나 정부는 올 정책자금을 지난해보다 47%나 줄였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을 의존하는 시중은행의 자금중계 기능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은행들은 지난해 우량 대기업 대출이나 땅짚고 헤엄치기식 가계대출은 큰 폭으로 늘리면서도 돈가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대출은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는 좋아지지 않고 정책자금만 조기에 바닥난다면 중소기업은 사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돈가뭄은 금융의 문제만이 아니다. 구조적인 내수침체와 환율불안, 고질적인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박과 대기업의 중소기업시장 무차별 진출 등 겹겹의 위기 속에 중소기업은 점점 더 살아남기 힘든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전체 일자리의 88%를 감당하는 중소기업이지만 ‘중소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구호는 허망해 보일 뿐이다. 중소기업의 생태계가 단단히 탈이 난 것이다. 정책자금의 높은 소진율은 그 탈이 드러난 증세에 지나지 않는다.

2년 전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의 최대 원인으로 소비위축을 꼽았고, 82%가 정부의 경제활성화대책에 대해 도움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 이는 내수침체로 중소기업이 힘들어지고 일자리도 늘지 않는데, 정부는 대기업만 편드니 중소기업 생태계는 더 망가지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정직한 중소기업인들을 좌절케 하면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비책은 있을 수 없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한국 정부가 재벌 봐주기를 중단해야 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누군가를 지원하고 싶다면 도울 대상은 한국의 약자들, 즉 재벌에 의해 짓눌린 중소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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