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에 대규모 유입 환율하락 압력
삼성생명 상장 등 앞두고 외환당국 긴장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채권과 주식을 왕성하게 사들이면서 달러 유입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이 이르면 상반기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데다 삼성생명 상장, 무역수지 흑자까지 겹치면서 달러 유입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 유입러시가 환율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면서 외환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외국인이 올 들어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순매수한 규모는 8조4403억원에 달했다. 이는 사상최고였던 지난해 순매수액(32조3903억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이런 속도라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44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사자’ 공세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18포인트(0.42%) 오른 1733.78을 기록,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지난달까지의 순매수 규모가 18조70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지난해(52조4000억원) 기록을 무난히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의 재정악화로 우리 국고채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만큼 이런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국인들은 5월12일 상장되는 삼성생명 주식 매입을 위해 뭉칫돈을 풀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삼성생명 상장으로 국내에 유입될 해외자금은 1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서울외환시장 1일 평균거래액(약 70억달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다. 삼성생명은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해외 기관투자가 기업설명회(IR)를 강화하고 있어 유입될 외환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외환유입이 갈수록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이 이르면 상반기 MSCI선진국 지수와 글로벌국채지수(WBGI)에 각각 편입되면 각각 100억달러와 140억달러 이상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에 따른 달러 유입이 거센 가운데 무역수지폭도 확대되면서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21억9000만달러로 올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정보기술(IT)부문이 세계적인 호황을 맞고 있어 연말까지 200억달러 흑자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절상과 남유럽의 신용경색 등 대외여건도 원화절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로 올 초부터 원화뿐 아니라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80원 오른 1123.30원으로 마감했으나 지난해 말 종가(1164원)에 비해 40원 넘게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연말까지 1080원까지 떨어진다는 게 시장의 예상이지만 지금 같은 속도라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개입을 하더라도 달러유입이 워낙 거세 대내외적인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변수들이 대부분 환율하락 압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외환당국도 부담스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장·단기적 변수들이 모두 달러유입 쪽으로 움직이고 있어 시장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하반기 중 선진국들이 금리인상에 나서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해소되면 달러 유입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