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버마와 인접한 태국의 국경도시를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먼저 버마인들이 수많은 난민캠프를 이루고 있었고, 탈출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난민들을 위한 병원도 있었다. 더불어 여러 난민학교들이 국경을 따라 세워져 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 이러한 시설들을 유지하는 예산과 인력은 어디서 오는가? 물론 국제 비정부기구(NGO)들과 “선진국 국민”들로부터다.
예컨대 메솟에 소재한 태국 내 최대 규모의 난민학교는 일본 정부기관의 지원을 받아 세워졌고, 앞에서 언급한 난민 병원의 경우 선진국 의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밖에도 간호사나 교사나 상담사로 일하는, 난민학교에 놀이터를 지어주는, 버마 민주화를 위해 일하는 독일·스페인·미국·일본·캐나다·호주 국민들을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현재 버마에서는 ‘슈에 가스 프로젝트(Shwe Gas Project·SGP)’로 불리는, 버마에서 중국까지 가스·석유를 운송할 송유관의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00년쯤 대우인터내셔널이 버마 군사정권으로부터 가스 개발권을 따냈고 이어 가스 생산에 성공했는데, 바로 이것이 SGP에서 운송될 가스다. 언뜻 보면 자랑할 만한 국제적 기업활동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SGP와 유사한 ‘야다나 프로젝트’라는 송유관 건설 사업이 진행된 적이 있었다. 당시 버마 군정은 송유관 설치를 위해 버마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강제 노역에 동원했고 그 과정에서 살인, 강간, 고문 등을 자행하기도 했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미국의 Unocal이란 기업은 인권침해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버마인들에 의해 미국 법원에 제소됐는데, 이 소송은 2004년 Unocal이 원고 측에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4월 들어 SGP가 첫 삽을 뜬다고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그러나 SGP에서는 야다나 프로젝트의 비극이 재연되지 않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버마인들을 대신하여, 법학도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대우인터내셔널에게 바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앞으로 버마 군정과 결탁하지 말고, 공사 과정에서 ‘벌어질지도 모르는’ 인권 침해를 방조하지도 말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