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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연대로 새 시대를 열자

입력 2010.04.08 18:25

수정 2010.04.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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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원희|국민대 교수·경제학
[경제와 세상]사회적 연대로 새 시대를 열자

미국 경제는 체제 특성상 전쟁의 충동을 내장하고 있다고 한다. 군수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경제가 돌아가고 고용이 유지되려면 세계 어딘가에서 수시로 전쟁을 일으켜야 하며 또 이를 위해 어딘가에 적을 만들려는 무의식적 충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어떠한가? 윌프런이 쓴 「부자나라 가난한 국민 일본」이라는 책에 잘 나와 있듯이 국민들은 관료와 기업의 ‘관리’ 대상, 동원되는 일꾼일 뿐인 듯하고, 사회 전체가 인간은 없고 거대한 생산기계장치라는 것이다.

일본은 건설업으로 돈 벌어 총리가 된 다나카가 1972년 ‘일본열도 개조론’을 제창한 이래 끊임없는 삽질로 자원을 낭비하여 국민소득은 올라가지만 그에 반비례해서 국민은 가난해지는 사회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삶의 질이 형편없는 사회로 알려져 있다. 이 모든 것이 진보정치와 시민활동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보의 보편적 가치에 희망의 싹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오랫동안 분단과 남북 적대상황으로 인해 군비지출이 과도하고 개발독재로 전 국민이 동원대상처럼 취급받아 오다가 지난 민주화 10년 동안 남북화해, 진보정치의 활성화, 시민운동의 활성화 등으로 이들 나라와는 다른 길을 걷는 듯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진보정치가 극도로 약화, 분열되고 시민운동이 위축되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미국과 일본의 나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진보정치세력이 크게 성장하고 풀뿌리 시민운동이 지방 단위에서 활성화되지 않으면 설령 나라가 부강해진들 결코 국민은 풍요를 누릴 수 없다. 요즈음 보듯 보수정권은 불분명한 이유로 멀쩡한 강을 파고, 화려한 청사를 짓고 온갖 이벤트성 사업을 벌일지언정 일하는 여성 모두에게 양질의 무료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런 일은 그들의 이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일이 남의 일이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도 곧 그렇게 된다.

지난달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주선해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국민제안’이라는 대회가 여의도에서 열렸다. 만약 이것이 향후 진보대연합과 진보통합정당의 밑거름이 된다면 역사적 대회로 자리매김될지도 모를 의미있는 자리였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진보적 가치를 공유하는 여러 정당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참석하고 또 건강, 교육, 고용, 노후보장 등 사안별로 보편적 복지의 관점에서 정책을 국민에게 제안했다. 참으로 감격스럽고 아름다우며 희망의 싹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제 정치는 정책기조를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로 갈려야 마땅하다.

시장만능주의는 이미 파산 선고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소극적 태도로는 새 시대를 열 수 없다. 사회적 연대를 적극적 가치로 내세워야 한다. 벌거벗은 자본주의 시장을 10년 경험한 우리 국민은 시장과 가족간의 전근대적 ‘연대’로는 교육, 질병, 실업, 주택, 노후 등 여러 생활불안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 노동의 영역에서 차별을 없애기 위한 연대가 중요하다. 또 복지연대에 따른 보편적 복지는 그 자체로 분배를 개선해 경제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성장정책과 연계시키면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을 완화하고 역동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즉 저생산성 기업의 도태와 신기술 도입을 촉진하여 기업간, 산업간 생산성의 차이, 그에 따른 임금의 차이를 완화시켜준다.

시장만능주의는 그 종주국인 미국에서 이미 파산선고를 받았고 많은 권위있는 학자들이 이런 정책으로는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들이 이미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한국도 사회적 연대의 정신으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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