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땐 “불확실”, 성장률 산정땐 “회복”
올 경제성장률 5.2%로 상향…이율배반 정책추진 도마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4.6%에서 5.2%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교역량 증가로 인한 수출호조와 고용 증대에 따른 민간 자생력 회복이 근거이다. 그러나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민간자생력 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금리를 동결한 점을 감안하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성장률 상향조정 = 한은은 12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6.6%, 하반기 4.0%를 기록하면서 연간 5.2%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은의 수정 전망치는 ‘5% 내외’를 전망한 정부 견해를 웃도는 수준이다. 상향 조정 논거로는 세계경제 회복이 뚜렷해졌고, 세계교역 신장세도 확대되고 있으며, 정부의 고용회복 프로젝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수출 증가 전망을 2.6%포인트 올려 11.9%로 예측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도 각각 2%포인트, 0.4%포인트 올려 잡았다. 취업자 수도 당초 예상보다 7만명 증가한 24만명으로 내다봤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2.8%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최대 주목 포인트는 민간이 성장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한은은 “올해 민간부문 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마이너스 1.3%포인트에서 4.9%포인트로 높아지면서 내수가 수출보다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리정책 논리와 이율배반 = 한은처럼 5%대 경제성장을 전망한 곳은 KDI(5.5%), 도이치뱅크(5.5%), 노무라(5.5%), JP모건(5.3%), HSBC(5.2%) 등이다. 한은을 제외한 이들 기관은 모두 조기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물가는 2008년부터 꽤 올라있는 상황이라 상승률이 2%대라고 하더라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제성장률에 비춰볼 때 조속히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김병권 부원장도 “5%대 성장을 예상한다면 금리인상을 요구해온 KDI의 논리가 정상적”이라면서 “한은의 경제전망과 금리정책 논리가 정합성을 띠려면 한은도 금리조정에 나서야 맞다”고 말했다.
한은이 성장률 상향 조정의 논거로 민간 자생력 회복을 꼽은 것은 지난 9일 금통위가 끝난 뒤 김중수 총재가 “민간의 자생력 회복이 확인될 때까지 금리인상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 논리다. 한은은 이에 대해 “김 총재의 발언은 현 시점에서 바라본 것이고, 이번 경제전망 시점은 연간 전체를 아우르는 것이라 다르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한은의 금리정책은 전망을 통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민간자생력 회복을 내다보고 경제성장률 수치를 올리면서도, 지금 시점에서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일관성이 결여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도 “그 논리대로라면 한은 조사국과 금통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성장률 상향조정은 김 총재의 한은이 정부와 코드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형국이다. 실제 이성태 전 총재는 퇴임하는 순간까지 물가와 가계부채를 염려했지만 한은은 이번 발표에서 “소득 증가율이 가계부채 이자부담 증가율을 앞서고 있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미묘한 입장 변화를 내비쳤다.
경원대 홍종학 교수는 “정부가 낙관론을 펴면 한은이 보수적 입장을 취해 균형을 맞춰왔는데 지금의 한은에는 균형적인 시각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