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가격표 보고 도로 놔 “된장만 푼 된장찌개 먹을 판”
지난 18일 서울 광흥창의 하나로마트 지점.
채소 진열대를 살피던 고객 중 선뜻 상품을 장바구니에 옮겨담는 경우는 드물었다.
채소값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을 찾은 주부가 진열대에서 무를 고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주부 정영희씨(56)도 10㎝ 정도 되는 애호박 1개를 손에 쥐고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진열대에 내려놓았다. “그나마 할인해서 가격이 싸긴 한데 그래도 엄두가 안나서….” 가격표엔 ‘개당 2780원→1480원’이라고 적혀 있다. 주부 홍모씨(48)는 감자를 집어 저울에 올려놓아 보곤 깜짝 놀랐다. “한주먹도 안되는 감자가 이렇게 비싸? 한개에 거의 1000원꼴이야.”
천정부지로 치솟는 채소값 때문에 주부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2.3%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전혀 딴판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1월 2294원이던 배추 한포기 값은 19일 현재 6195원으로 석달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예년 평균 2635원에 비해서도 크게 오른 값이다. 1147원이던 무도 1588원으로 40% 가까이 올랐고, 양파도 1㎏에 1390원이던 것이 2251원으로 급등했다.
주부 이유라씨(32)는 얼마전 된장찌개 거리를 챙기면서 눈을 의심했다. 150g짜리 감자 1개가 1530원, 두부 한모에 1500원, 애호박 2000원, 버섯 1000원, 조갯살 1000원 등 7000원을 훌쩍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찌개에 넣을 감자, 양파, 애호박, 두부 등 값이 오르지 않는 게 없다”며 “된장만 풀어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라며 하소연했다.
이씨는 “재래시장도 가보지만 마트보다 특별히 더 싼 것도 아니다”라며 “예전에 비해 식비가 40%는 더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채소가격 급등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고소득층이 육류를 더 많이 소비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채소를 더 많이 먹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득 1분위의 채소 소비 비중(전체 소비지출의 2%)은 5분위의 두배였다.
채소가격이 급등하면서 음식점들도 밑반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삼겹살집 ‘서울곰탕’을 운영하고 있는 함모씨(49·여)는 “1만5000원에 들여놓던 양파 꾸러미 1개가 요즘은 2만8000원씩 한다”며 “손님들이 밑반찬 더 달라면 안 줄 수도 없어 그냥 속만 탄다”고 말했다. 최근 음식업중앙회가 지난해 개점한 음식점 50곳을 무작위로 골라 조사한 결과 80%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소규모 자영 음식업자가 늘었지만 업황도 좋지 않은 데다 채소값 등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음식점이 많다”고 말했다.
채소가격은 이달 말까지는 급등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호 농업관측정보센터장은 “올 2~3월 강수량이 평년의 2배인 반면 일조량은 평년의 60%에 불과해 농작물 재배에 타격이 컸다”면서 “이제 모종을 논밭에 다시 심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출하공백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채소 등 엽채류는 4월 말부터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나 수박·참외 값의 안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