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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더 빨리 느니 가계 빚 괜찮다고?

입력 2010.04.20 18:06

김중수 한은총재의 이상한 ‘가계부채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에 대해 “부채보다 금융자산이 더 빨리 증가하고 있어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상황에 맞지 않는 논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가계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따라 오른 반면 예금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기 때문이다. 즉 은행 예금으로 받는 이자(자산 수익)는 줄어든 반면 대출이자(부채 부담)는 더 많아진 셈이다. 더구나 금융자산의 상당부분이 변동성이 큰 주식이나 펀드인 만큼 가계 금융자산의 ‘거품’을 걷어내고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자산 더 빨리 느니 가계 빚 괜찮다고?

◇ 금융자산보다 큰 금융부채 부담 = 2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은행 가계대출 금리(잔액기준 가중평균금리)는 지난해 8월 연 4.99%에서 올 2월에는 5.52%로 0.53%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가계에서 주로 가입하는 은행의 순수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등) 금리는 같은 기간 연 4.09%에서 3.94%로 오히려 0.15%포인트 하락했다.

예를 들어 은행에 1억원의 예금과 1억원의 대출금이 있다면 대출금 때문에 내야 할 이자는 53만원이 늘어난 반면, 예금으로 받는 이자는 15만원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은행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이 CD 등 시장금리에 연동돼 있어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예금 금리는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향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금융자산이 많다해도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금리는 빠르게 오르는 반면 예금 금리는 느리게 상승하는 비대칭적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며 “최근 증가한 개인 금융자산의 이자수입으로 가계부채(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취약한 개인 금융자산 = 개인 금융자산이 지난해 급증했지만 상당부분이 주식이나 수익증권(펀드)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취약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2004조4000억원에 달한 개인 금융자산 중 예금(867조원)은 43.3%, 주식(410조원)과 수익증권(132조1000억원)은 27%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향후 금리가 상승할 때 이자 수입을 올려줄 예금은 전체 금융자산 중 절반이 안되고, 금리 상승으로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주식과 수익증권이 전체 금융자산의 4분의 1이 넘는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금융자산 증가액의 절반을 웃도는 165조4000억원이 주가나 환율 변화 등의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주가가 하락하면 언제든지 다시 꺼지는 ‘거품’이 될 우려도 있다. 반면 지난해 말 현재 913조3000억원인 개인 금융부채 중 대출금은 93.4%인 853조1000억원에 달한다. 금융부채의 대부분이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증가의 직격탄을 맞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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