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조기상환 요구 우려
‘타당한 평가냐 뒷북 횡포냐.’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일거에 3단계를 낮춰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을 두고 금융계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사태가 발생하기 전 위기경보적 성격이 아니라 사태가 발생한 뒤 사후처리적 성격이 강한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조정 행위에 대한 불만이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한꺼번에 등급을 3단계나 낮추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동안 그리스 국채의 금리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보면 이미 내렸어야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뒷북 처리’라는 얘기다.
그는 “특별히 의도가 있다고는 보지 않지만 이렇게 신용등급을 크게 떨어뜨려서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신평사들이 더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채권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라 조기상환을 하도록 하는 옵션을 붙인 것도 있어 갑자기 정크 수준으로 떨어지면 상환 요구가 빗발쳐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위원은 “우리 외환위기 때도 그랬지만 일이 터지고 나면 그때서야 한꺼번에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리스에 반영되던 ‘주류 메리트’가 소멸되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신용사 관계자는 “미국계 신용사들은 유럽이나 호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후하지만 한국 등 아시아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신용평가에는 정치적인 측면, 특히 정부나 국가 성향이 많이 반영된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국제금융계에서는 S&P, 무디스, 피치 등이 매긴 신용등급을 객관화된 수치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제 신평사들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 대해 2개월여 만에 6단계나 등급을 떨어뜨려 경제 혼란을 더 심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