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까지 휘청 땐 EU차원 해결 못해
그리스 구제금융 박차… 경제난 계속 ‘불안’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그리스에서 처음 불거진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로 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돈자루를 쥐고 있는 독일이 적극 지원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S&P가 27일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2단계 하향조정한 데 대해 시장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지원방안을 놓고 6개월여 동안 갑론을박하는 사이 ‘그리스 다음은 포르투갈’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이 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도 마찬가지로 신속한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안감을 키웠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문제는 포르투갈 경제의 기초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7%로 115%인 그리스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계와 기업 부문을 합한 전체 채무는 GDP의 236%로 그리스보다 높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정체 상태에 있어 장기적 재정 전망이 어둡다. 포르투갈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를 밑돌았고 관광업과 코르크·펄프 산업 등 일부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2008년 기준 저축률도 10% 밑으로 떨어지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뒤에서 네 번째로 추락했다.
주제 소크라테스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이 의회에서 다수를 점하지 못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긴축안을 추동할 힘이 모자란다. 이처럼 포르투갈에는 제2의 그리스가 될 요인이 도사린다.
페르난도 테이세이라 포르투갈 재무장관은 “우리는 그리스와 전혀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그리스의 특별한 상황이 전염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우리가 그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도 있다. 스페인은 경제 규모가 유로존 내 4위여서 앞선 두 나라에 비해 심각성이 크다. 실제 문제가 불거질 경우 EU 차원에서 구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스발 도미노’를 막기 위해서는 그리스 문제를 서둘러 해결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음달 19일 85억유로의 채권 만기를 맞는 그리스에 대해 EU와 IMF가 450억유로를 긴급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IMF는 사태 수습을 위해 지원 금액을 150억유로에서 250억유로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문제는 EU의 돈자루를 쥔 독일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다. EU의 지원 금액 300억유로 가운데 84억유로를 분담하게 될 독일은 줄곧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하면서 독일 정치인들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문제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집행되더라도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S&P는 “구제금융이 그리스 국채의 채무재조정을 면하게 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신용등급 강등 자체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자금조달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