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금리인상 필요성 공식 제기
코픽스 도입 효과로 가계충격 지연·완화
기업 부도율 예측도 위험 크지 않게 나와
한국은행이 선제적 금리인상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금융소비자와 기업들에 미치는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이유다. 금리를 올리면 서민과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를 반박한 셈이다. 금융연구원도 현재 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다며 통화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다음달 12일 열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금리인상해도 이자부담 타격 완만 = 한은은 29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도입으로 대출금리의 변동폭이 완만해져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가계의 이자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픽스는 기존의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등장한 새 대출금리 결정체계다. CD금리보다 변동성이 낮고 금리변경 주기가 CD 연동상품보다 길다는 특징이 있다. 한은은 3월 이후 신규 대출자 가운데 상당수가 코픽스 대출로 갈아탈 것으로 예상했다. 코픽스 대출의 경우 변동성이 낮아 금리를 올리더라도 그 효과가 가계의 이자지급 부담에 영향을 미치는 데 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은의 시뮬레이션 결과 코픽스 도입 후 기준금리 변동이 대출금리에 미치는 파급수준(장기승수)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전이되는 속도(충격승수)는 0.09~0.13%포인트가량 느려졌다. 한은은 “코픽스 도입으로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제한되고 시차도 길어질 것”이라며 “따라서 통화정책을 더욱 선제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출 부도율도 크지 않아 = 한은은 지난 12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와 중소기업의 예상 부도율을 추정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2%와 고용률이 다소 개선된다는 전제로 추정한 결과 올해 가계와 중소기업 부도율은 지난해보다 각각 매분기 0.11%포인트, 0.1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가 다소 오르더라도 가계와 중소기업이 파산할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성장과 고용지표 개선이 늦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하에서 예상부도율을 계산한 결과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도율은 0.04%포인트씩 상승해 은행손실이 1조1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은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BIS) 비율은 지난해 말 14.4%로 비교적 높아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더라도 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한은의 이번 분석은 “금리를 인상하면 서민들과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금리인상 반대주장이 설득력이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한은은 또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의 안정기조가 확고하게 정착될 때까지 LTV와 DTI 등 부동산대출 규제를 적정 수준에서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낮은 기준금리로 유동성이 대거 풀리고 정부 대출 지급보증이 많아져 기업 구조조정이 늦춰지는 등 금융완화의 후유증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