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검경 수사·법원 판결에 제동
파업 등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위력’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자의 기본권을 해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과 검·경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를 사실상 제한 없이 적용해온 데 대해 헌재가 제동을 건 것이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9일 천주교 인권위원회 소속 인권운동가 강모씨가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한 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형법 314조 1항 중 ‘위력’과 ‘업무’의 뜻이 불명확하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그러나 결정문을 통해 정당한 쟁의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쟁의행위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전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 33조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쟁의행위는 단체행동권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고용주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파업 등으로 사측 업무에 피해가 있었더라도 정당한 쟁의행위라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헌재는 업무방해죄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의 문제도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는 ‘쟁의행위는 원칙적으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돼 이를 처벌할 수 있고, 다만 예외적으로 노조법상 정당성이 인정되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일반 형법을 과도하게 적용해 쟁의행위를 원천적으로 범죄로 보게 하는 소지가 있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을 지나치게 축소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업무방해죄를 규정한 형법 314조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의 한계를 넘어 폭력이나 협박 등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쟁의행위에만 적용되므로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