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2분기 성장률 보고 판단”
잇따른 인상요구에 8월 이후 검토 시사
최근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물론,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기준금리 조기인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리인상 시기상조론을 외치는 정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 상태 장기화에 대해 우려하는 정부의 언급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경기부양과 저금리에 따른 폐해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 전에 기자들과 만나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의 완화적인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4월은 냉해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매우 어려웠고, 다른 변수로 인해 소비도 부진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가계부채가 700조원이 넘는데 기준금리를 1% 올리면 가계의 금융비용이 늘어나 가처분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가계와 중소기업이 금리인상을 견뎌낼 만큼 상황이 호전됐는지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로서는 금리인상이 득보다 실이 많고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 2·4분기 경제성장률 발표(7월 말) 이후인 8월이 돼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최근 불거지는 기준금리 조기인상론에 제동을 걸려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8월 이후에는 금리인상에 대한 검토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때 오는 11월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는 금리인상이 불가하다는 뉘앙스를 밝혔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금리인상 시점이 당겨진 셈이다.
지난달 24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각국별 상황에 맞춰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 있다며 출구전략 공조론을 폐기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장관은 이날 “(기준금리를) 이 상태로 두는 것도 문제가 많아 고민하고 있다”며 “한은과의 수평적인 대화가 이뤄지고 있고, 한은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도 고민하고 있으므로 금리 문제를 초조하게 보지 말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하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회의 참석 때에 이어 다시 한번 저금리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정부 핵심 당국자는 “정부도 최근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윤 장관의 언급들도 이의 연장선”이라며 “금리인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이고 그 결정은 금통위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된다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윤 장관이 언급한 대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는 8월 이후에는 정부도 금리인상 불가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방식과 관련, 일부 금통위원들이 이날 “금통위에 참석한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까지 회의에 남아있는 것은 문제”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금통위원들이 이처럼 반발하면서 정부의 열석발언권이 정부가 한은의 금리인상을 막는 압력장치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져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재정부는 논란이 일자 “금통위로부터 열석발언권과 관련, 공식 제안이 있으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통위가 재정부에 공식적인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이 문제는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