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구제금융 이후
금융위기 여전히 진행형… 전세계 어디든 발생 가능
역내 위기 진정시킬 안정장치 마련 서둘러야
이번 유럽 재정위기는 2008년의 금융위기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닷새 만에 2조6000억원을 거둬들인 것은 국내 시장의 취약성을 깨닫게 한다. 국가채무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0일 “유럽 재정위기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돈을 쏟아붓다 발생한 일”이라며 “금융위기의 악몽이 끝나지 않았음을 일깨워준 사태”라고 말했다. ‘금융기관 부실→정부 재정 투입→정부 부채 확대→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메커니즘은 남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가 비슷하게 직면해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역내 위기를 진정시킬 안정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 얻게 됐다.
국내에서는 높은 성장률과 기업들의 깜짝실적 등에 취해 대외변수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한 것 아니냐는 자성이 나온다. 하용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장은 “보름전만 해도 시장은 장밋빛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일부에서는 연내 코스피가 2000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할 정도였지만 결국 무력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을 과신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투자자들이 지난해 32조원, 올들어 8조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 한국 경제의 실적보다는 해외 투자환경 악화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외국인은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5거래일간 2조6000억원가량을 팔아치우며 급격히 한국시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현대증권은 독일 등 유럽 주요국 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액 47조원 중 9조원이 남유럽 위기 탓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위기가 끝났다 싶으면 외국인 매도가 진정돼야 하는데 심상치 않다”며 “글로벌 자금의 투자흐름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뀌는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유럽발 재정위기는 국가채무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높이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자 일각에서는 공사채와 지방채에 등급을 매기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그리스, 스페인 수준이었다면 환란이 재현됐을 것”이라며 “외환보유액, 국가채무 관리 등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