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악재에서 벗어나는 듯하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다시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39포인트(0.44%) 내린 1670.2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연합(EU)의 그리스 등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소식의 효력이 하루를 넘기지 못한 셈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국 뉴욕증시가 4% 가까이 급등하면서 오름세로 출발했지만 기관 매물이 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특히 무디스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여전히 위험하다면서 한 달 내로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투자등급 하향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8%로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중국의 긴축우려가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막판 순매수로 돌아서 6거래일 만에 228억원을 사들였지만 기관이 2111억원을 순매도하면서 하락을 주도했다.
아시아증시도 하락세를 보여 상하이종합지수가 전날보다 1.90%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도 각각 1.14%, 0.73% 내렸다.
전날 23.3원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3.6원 오른 1135.7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해결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상당기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유수민 연구원은 “유럽연합의 7500억유로 지원합의는 사태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뿐”이라며 “급한 불은 껐지만 자금 조달 방안, 국가 간 갈등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긴축안을 이행하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럽 문제는 중기적으로 시장을 괴롭힐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에서 다른 상승동력도 찾기 어렵다. 유 연구원은 “1·4분기 실적 시즌이 끝났고 국내 경제지표도 이미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서프라이즈’ 수준으로 뭔가 나오지 않는다면 크게 반등할 요인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향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다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이경민 연구원은 “유로화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아시아 이머징 시장을 향했던 자금흐름 이탈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