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우려로 여진 계속
유럽 경기둔화 우려 목소리… 긴축도 제대로 이행될지 의문
그리스 신용 추가강등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의 여진이 계속해서 글로벌 증시를 흔들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7500억유로(약 1조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내놓은 뒤에도 시장은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긴축안으로 인한 경기둔화 가능성, 유로화에 대한 불신, 구체적인 정책 실행 등 불투명한 전망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위기의 해결까지에는 시간이 걸릴 것인 만큼 이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발 여진이 ‘17일의 2차 충격’으로 나타난 이유는 유럽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경기회복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금융시장이 재정적자 개선보다는 경기둔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불안심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긴축안을 수립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지난 4월 스페인의 핵심 소비자 물가가 0.1% 하락하면서 이를 증폭시켰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재정수지 계획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반면 각종 재정지출 삭감으로 경기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오히려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심리는 유로화에 대한 평가절하로 나타나고 있다.

17일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1.23달러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 펀더멘털 자체가 취약한 데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로화가 추가 평가절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로의 대달러 가치가 내년에 유로당 1.10달러로 더 주저앉을 것”이라면서 “심지어 유로가 달러보다 더 싸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유로화 강세가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를 초래했다는 해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연구원은 “지난해 말까지 유로 경제가 부진함에도 유로화가 강세를 보여 오히려 무역 및 경상 적자 규모를 확대시켰다”며 “PIIGS 국가들의 경기회복에는 유로화 강세가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유로화가 달러와 1:1 수준으로 하락하는 것이 남유럽국가 재정적자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불투명하다. 구제금융안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 팀장은 “기업의 워크아웃처럼 부채를 탕감해주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 유럽의 상태는 ‘돈을 주기는 하는데 이걸 갚을 수나 있을까’ 우려하는 수준”이라며 “더욱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주말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할 가능성이 80% 이상”이라고 밝혀 유럽과 미국 증시를 흔들기도 했다. 유럽 각국 국민들이 긴축안에 반대하면서 긴축정책이 제대로 이행될지에 대한 의문도 유럽 위기를 키우고 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