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 한때 1270원대… 코스피 44P 폭락한 1560
25일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좌불안석이었다. 유럽 재정위기로 쇠진해 있던 금융시장에 남북냉전 심리 및 대북리스크가 직격하면서 환율과 주가가 급등락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10년간 안정적으로 관리돼온 한반도의 안보리스크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5.50원 급등한 12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북한 당국이 전투태세에 돌입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급등, 한때 1270원대까지 치솟았으나 장 막판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이날 하루 상승폭은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가 침체를 겪던 지난해 3월30일(43.50원) 이후 최대치다. 5년 만기 CDS 프리미엄도 전날 뉴욕시장에서 143bp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 170bp를 호가했다. 코스피지수도 44.1포인트(2.75%) 하락, 1560.83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2월8일 1552.79포인트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시가 총액 24조4000억원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증발했다. 코스닥시장은 26.37포인트(5.54%) 내린 449.96에 마감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거듭된 ‘학습효과’에 의해 찻잔 속 태풍 수준에 머물 것이라 여겼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예상을 뛰어넘는 괴력을 발휘하자 당황한 기색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스페인 저축은행 국유화로 인한 불안감 확산으로 달러가 전 세계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지만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유독 가장 커서 다른 나라 5~6배 강도의 진폭을 보였다”면서 “천안함 사태로 인한 우리나라 고유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환율 폭등세의 주 요인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북한리스크로 외환시장이 2% 이상 크게 출렁였던 경우는 지난해 4월 로켓발사 때와 7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암투병설 당시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시장에 미친 충격은 1~2일도 지나지 않아 소멸되곤 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는 과거 다른 때보다 강한 폭발력으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는 과거보다 심각해 보인다”면서 “남북 간 긴장고조로 당분간 시장 불확실성, 특히 외환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해소될 수 없는 데다 남북 긴장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장이 당분간 널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한쪽에서는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이 훼손된 것이 아닌 만큼 불안심리가 진정되면 금융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거시경제 기초여건이 여전히 튼튼하다는 사실이고 지금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외국인들도 하반기에는 충분히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1배 수준인데 역사적으로 PBR가 1배 이하로 내려갔던 적은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후 1000이 깨졌던 순간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주가와 환율이 바닥을 다지는 구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원화가치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이지만 천안함 및 유럽 재정위기 사태 이전의 가파른 원화 절상속도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사태의 긍정적인 측면은 가파른 원화절상 속도가 지연되는 효과”라면서 “원화는 지난 4월 이후 엔화 대비 13% 절하, 2008년 초 대비 60% 절하돼 수출기업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했으나 원화가치가 안정을 찾은 후에도 전처럼 가파른 절상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