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자동차 인기가 심상치 않다. K7의 판매대수는 현대자동차의 베스트셀러 모델 그랜저를 추월했고, 최근 K5의 예약판매도 쏘나타를 제칠 분위기다. 지난 4월말 출시 후 한달만에 사전계약 2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마디로 욱일승천(旭日昇天) 기세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동차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력’에서 경쟁차들을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아차가 올 상반기에 내놓은 스포티지R, K7, K5는 공통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조금 더 크고 기능을 더 많이 갖췄다. 서스펜션도 현대차 경쟁모델에 비해 모두 한 단계 더 단단하다. 젊은 소비자층의 취향에 가깝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앞선 디자인에 있다. 기아 포르테와 쏘울을 시작으로 예리해진 디자인이 K7과 K5에 이르러 최고점에 다다른 듯 하다. 독일차 아우디 출신의 총괄 디자이너 피터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의 영향 때문인지 특정 브랜드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K7의 일부 디자인요소는 해외 자동차 회사들마저 차용할 정도다.
실내공간, 독일차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아
시트에 앉는 순간 다른 국산차와 차별화 된 느낌을 받았다. 시트 포지션이 극도로 낮춰져 있다. 차체의 전고는 쏘나타보다 낮은데도 머리 위 공간은 한 뼘이나 될 정도다. 시트 포지션을 극도로 낮추는 것은 주로 독일차에 있는 경향. 키가 큰 사람도 편하게 앉을 수 있는데다 운전할 때 더 스포티하게 느껴진다는 장점이 있다.
시트 등받이는 옆 부분이 올라온(세미버킷) 방식으로 설계가 되어 있어 코너에서도 몸을 잘 잡아주고 편안했다. 전동시트도 운전석은 방석의 허벅지 부위와 엉덩이가 닿는 부위의 높낮이를 따로 조정해 몸에 꼭 맞게 조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수석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없어 키가 작은 여성의 경우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비록 쿠페를 연상케 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뒷좌석 머리공간은 여유가 있다. 천장과 트렁크가 만나는 지점을 쏘나타에 비해 10cm 뒤로 밀었기 때문이다. 무릎공간도 넉넉하다.
운전대는 적당하게 두툼하고 움켜쥐었을 때 느낌이 좋게 디자인 되어 있다. 겨울철에 따뜻하게 데워주는 기능까지 갖췄다. 위아래조정과 앞뒤조정이 모두 가능했다. 앞뒤 조정 폭이 약간 부족한 느낌은 있지만 일반적인 운전자에겐 큰 문제가 없을 듯 하다. 반면 현대차는 운전대 디자인에 있어선 완패다. 신형 쏘나타와 투싼ix 등 신차종도 운전대가 불편하다. 움켜쥔 손 안에 리모컨 버튼이 들어오고, 운전대를 앞뒤로 조절할 수도 없다.
달려보니 짜릿함에 가깝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2.4GDI(휘발유 직분사) 엔진 모델이다. 직분사로 인해 2.0리터 엔진에 비해 연비와 출력 모두 우수하다. 배기량 대신 연비 기준으로 개편된 자동차세에 따라 경제적인 면에서는 2.4GDI 엔진 쪽이 더 유리하다.
휘발유 직분사 엔진은 대부분 공회전에서 다소 소음이 있지만, 현대·기아차의 GDI엔진은 오히려 일반 2.0리터 엔진보다 조용하게 느껴진다. 다만 RPM이 높아졌을 때의 소리는 조금 더 가다듬으면 좋겠다.
출력을 얘기할 때 ‘힘이 좋다’는 표현은 최근 자동차 기술에 걸맞지 않다. 언덕 오르기 힘들 정도로 ‘힘이 안 좋은 차’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준을 ‘짜릿한가’ 여부로 보면 K5 2.4GDI는 짜릿함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차와 비슷한 200마력대 엔진을 가지고도 폭스바겐 골프GTI나, 아우디 A4등은 짜릿한 느낌을 낸다. 우선, 터보로 만든 200마력 엔진은 토크가 훨씬 크고,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결합하면 더 강력한 느낌을 낸다. 현대·기아차의 6단 자동변속기는 매우 부드럽고 빠르게 변속되었지만 스포티한 느낌은 아직 부족했다.
흐트러지지 않는 차…대안이 될 수도
고속으로 달리며 운전대를 세차게 돌려봤지만 타이어는 별다른 소리도 내지 않고 묵묵히 따라왔다. 코너링 능력은 이미 국산 전륜구동 차량의 영역을 넘어섰다. 시승차는 17인치 타이어를 끼운 상태인데, 옵션인 18인치를 끼우면 더 예리한 핸들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분은 일본 경쟁차에 비해 우수하게 느껴졌다.
탁월한 코너링에 비해 급차선 변경에선 지나친 기울어짐이 발생하는데, 이 부분은 독일차나 닛산 알티마 등 핸들링이 우수한 경쟁차에 비해 좀 아쉽다. 핸들의 예민한 정도도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도록 평이하게 조절돼 있어 아쉬웠다.
최근 기아차는 경쟁사에 비해 디자인이 안정적이고 정리된 느낌이다. 상품성도 우수하고, 보다 많은 기능을 제공해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가격도 경쟁사에 비해 약간씩 저렴하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 가능성마저 있다.
다만 K5의 과감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에 걸맞은 혁신적인 성능까지 갖춰진 것은 아니었다. 타사 동급모델에 비해선 탁월하지만 현대차 쏘나타와 비슷한 수준인 점이 아쉬웠다. 스포티한 차를 좋아하는 소비자층을 마니아로 끌어들이려면 해외에서 소개된 2.0리터 터보엔진을 국내 시장에도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향닷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