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발 충격’의 실체는
경제체질 그리스보다 양호… 국내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
헝가리발 충격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헝가리 자체보다는 동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시장에 번져 나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역내 상호의존성이 강한 유럽경제의 특성상 남유럽과 동유럽이 재정위기로 흔들리면 유럽 선진국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걱정이 헝가리발 충격의 파장을 키운 것이다.
7일 금융권 분석에 따르면 헝가리는 재정건전성 면에서 그리스보다 양호하고 유럽 내에서 비교적 견실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헝가리의 대외채무 규모(1498억달러)는 그리스(2362억달러)의 63.4%에 불과하다. 헝가리는 지난해 2·4분기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됐고 올해 1·4분기도 0.1% 성장하며 선방했다. 지난해부터 재정긴축 계획을 이행하면서 재정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원은 “헝가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7.5%로 10%에 육박하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보다 낫다”고 말했다.
특히 헝가리는 2008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차관약정을 맺은 이후 현재까지 125억유로 중 86억유로만을 인출한 상태다. 필요할 경우 나머지 39억유로를 인출할 수 있어 10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38억6000만유로)를 감당할 수 있다. 최소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없는 셈이다.
8년 만에 정권을 잡은 우파정부가 “이전 정부가 재정을 분식해왔다”고 밝힌 것은 국내 정치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IMF와 합의한 재정적자 비율 3.8%를 맞추려면 감세정책을 수정해야 하는 만큼 새 정부가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축의 명분을 만들려는 대내적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시장이 불안해하는 것은 헝가리 이외 다른 동유럽국가들도 재정위기 가능성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동유럽 전체의 채무규모는 1조2127억 달러로 스페인(1조1469억달러)을 웃돌고 있다. 동유럽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경우 유럽지역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동유럽 채권이 많은 나라는 오스트리아(2321억달러), 이탈리아(1606억달러), 프랑스(1410억달러), 독일(1393억달러) 등이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주말 유럽증시에서 헝가리보다 오스트리아의 주가 하락 폭이 더 컸던 것은 채권국의 손실발생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유럽과 동유럽의 재정위기가 선진국에 타격을 가할 경우 다시 글로벌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한 것이다.
정부는 헝가리 등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지 않아 이번 사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긴장감은 감추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헝가리의 재정상 어려움이 커지고 동유럽으로 파급될 경우 유럽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월말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저는 5억4000만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저의 1% 수준이다. 동유럽 지역 전체에 대한 익스포저(16억달러)는 전체의 2.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