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성장 위해 재정확장 요청
불끄기 급한 EU 사실상 거부
“유로존 긴축땐 한국 경기둔화”
미국과 유럽이 재정정책을 둘러싸고 대충돌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 둔화를 우려한 미국은 내수 부양을 위해 재정집행을 첫머리에 올리고 있지만, 재정위기 전염 우려가 팽배한 유럽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회원국들은 7일(현지시간)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16개 회원국이 총 4400억유로 규모의 재정안정 메커니즘에 최종 서명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는 강력한 경제개혁을 조건으로 동료 회원국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유로 재무장관회담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올해는 (유로권) 재정이 ‘(재정) 중립’을 유지하겠지만 경기 회생이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는 ‘확연히 제한적(긴축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국가들은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는 물론 중심축인 프랑스, 독일까지도 재정적자 감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고민은 유럽 선진국들의 동반 재정긴축이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팀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5일 “독일 같은 무역 흑자국들이 (세계 경제회복을 위해) 내수를 더욱 촉진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도 “선진국의 재정 감축이 향후 2년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면서 “지난 2년간 실행된 부양책이 아직은 거둬들여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재정 긴축이 심화되면 유럽 국가들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 집행위 관측에 따르면 올해 미국이 2.8%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유로권은 평균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금융기관 부실을 해결하는 데 위기 회복의 초점을 뒀던 미국 정부로서는 기업이 활발하게 돌아가기 위해 수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로존 국가가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긴축을 선택하면서 그만큼 소비, 투자가 줄어들고 미국은 물론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주요국 경기선행지수가 하강하는 기간에 접어들면 미국 금융기관의 재부실 위험, 중국의 부동산 버블 등으로 경기둔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