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결의 의미·전망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한 결의안 1929호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이란 제재 결의 중 가장 강도가 높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란의 핵 개발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은 이번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외형적으로는 성공했다.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메시지를 이란에 던졌고, 중국과 러시아를 찬성 쪽으로 돌려세웠다. 안보리에서 미국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입증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확산을 저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다짐과 관련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오늘 이란 정부는 핵개발에 상응한 결과에 직면하게 된 셈”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의는 기존의 결의를 바탕으로 제재 대상과 범위를 확대시킨 게 특징이다. 기존의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연장, 확대했고 탄도미사일 기술 이전을 포함한 모든 관련 활동을 금지시켰다. 또 금지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공해상에서 검색하고 해당 물품을 압류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에 대한 해외여행 금지와 단체, 기관의 자산 동결을 가하는 블랙리스트도 40개 추가시켰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국이 원했던 강력한 제재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초 미국은 이란의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해 제재를 확대시키려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강하게 반대해 제재 조치가 완화됐다.
더욱이 앞선 3차례의 표결에서 한 번도 없었던 반대표가 이번에 나와 안보리가 분열된 모습을 보인 것도 미국에 부담이다. 특히 터키와 브라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향후 미국에 외교적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유엔 제재의 효과는 각국의 실행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의 11%를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나 이란과 원자력·군사부문에서 협력관계에 있는 러시아가 얼마나 충실히 결의를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제임스 린제이 수석 부회장은 미국이 1년 전 목표로 했던 중대한 조치들이 빠져 있음을 지적하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놓고 벌어지는 치킨게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은 제재 결의가 통과되자마자 미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추가 제재가 평화적 목적의 핵 개발 권리를 가로막진 못할 것”이라고 말해 우라늄 농축을 멈출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이를 통해 다른 나라를 위협하는 국가들이 이란이 미래에 핵무기를 제조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계속해서 제재 결의안을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은 당초 제재 결의가 통과될 경우 모든 핵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당분간 이란 핵 문제가 외교적인 트랙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