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영난에도 지출 늘려
광고비 집행은 급감 대조적
“불황일수록 접대비에 투자하라?”
지난해 경기침체에서도 기업들의 접대비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접대비 지출 확대는 금융위기 이후 재정지출 확대와 금융지원 및 구조조정 등으로 정부부문의 역할이 늘어나고 경기침체로 사업기회가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은행이 국세청 법인세 신고법인 30만6131개 중 표본추출한 718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9년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이 지출한 접대비는 6조5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2592조4000억원)의 0.3%를 차지했다. 2008년 접대비가 5조7000억원으로 매출액(2481조2000억원)의 0.2%였던 것에 비해 접대비 비중이 커졌다.
불황으로 이자비용과 인건비 비중이 커지는 등 경영난이 가중됐지만 접대비를 오히려 늘린 것이다. 기업들의 지난해 이자비용은 42조3616억원으로 추산돼 금융회사에 예금을 예치해 얻은 이자수익 14조8882억원의 2.85배에 달했다. 이는 2008년 2.43배에서 급등한 것으로,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은행차입과 채권 발행을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매출액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4.05%에서 2009년 4.13%로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법무·회계법인을 비롯한 전문 서비스업의 매출액 대비 접대비 비중이 1.1%(1400억원)로 2008년(1.5%)에 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접대비 지출순위 1위를 차지했다. 주류 제조업은 지난해 390억원을 접대비로 사용해 2008년(300억원)보다 90억원이 늘어났고, 매출액 대비 비중도 0.7%에서 0.9%로 높아졌다.
반면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문제가 돼온 제약업은 접대비 비중이 1.2%에서 0.9%로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접대비 증가는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정부부문의 역할이 커졌고, 사업기회가 줄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광고비 집행은 급감해 접대비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업 전체 광고·선전비는 2008년 15조원에서 지난해 13조7000억원으로 감소했고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6%에서 0.5%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