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인사 부족 등 “정치적 이유 탓” 추측
재보선 이후 임명 전망… 통화정책에 악영향
금리인상 시기와 폭이 하반기 최대 경제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자리가 석달째 비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당국은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금통위원 공석 장기화에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통화정책의 최종 결정기관이 이처럼 비정상 상태로 운영되고 있어 정책운영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퇴임한 박봉흠 금통위원의 후임 인선이 미뤄지는 것과 관련해 정치일정과 친정부 인사의 부족 등이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박봉흠 전 위원은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만큼 후임에는 장·차관을 지낸 인사가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때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이 하마평에 올랐던 것도 이런 이유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장·차관급에서 찾으려면 퇴직자들 중에서 뽑아야 하는데 현 정권에 기여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라며 “반면 정권이 챙겨줘야 할 인사는 대부분 한자리씩 차지해 인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퇴직 관료에서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면서 현직 차관급들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심훈 전 위원 후임으로 임명된 임승태 금통위원이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에서 곧바로 자리를 옮긴 전례가 있어 현직 관료의 기용에는 부담이 큰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현직 금융관료가 또다시 금통위로 오면 통화정책의 독립성 훼손시비가 커질 수 있고 한은 내부에서도 반대가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급 인선이 쉽지 않자 금통위원의 격을 낮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1급인 금융위 상임위원도 옮겨간 마당에 굳이 장·차관급이 아니라도 무방한 것 아니냐는 논리다. 금융당국의 또다른 관계자는 “장·차관급 이하라면 인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직 차관급 여성 고위인사인 ㅇ씨가 거론되는 등 여성 인선설도 있다.
인선시기는 7·28 재·보궐 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개각에서 낙마하거나 재·보궐 선거에서 낙선한 정부 인사 중에서 선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초 6·2 지방선거 이후에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권의 참패로 여권이 조직을 추스르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라며 “개각과 재·보선이 끝난 뒤에나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금통위원은 연봉이 3억원에 이르고 4년 임기가 보장돼 관료사회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위원 수를 다 채우지 않고 5명이 금리를 오랫동안 결정한 적도 있다”고 말했지만 ‘금통위원은 7명으로 한다’는 한은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발언으로 지적된다. 특히 지난 5월 금통위에서 6명의 위원 중 3명이 금리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한 만큼 경제지표가 혼조세를 보이면 금리인상과 동결이 3 대 3으로 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나머지 1명의 의사가 그만큼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쳐야 할 시기에 통화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인 금통위가 이처럼 비정상으로 운영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각각의 기관이 금통위원을 추천토록 한 것은 금리 결정 때 각계각층의 의견을 균형있게 담으라는 취지”라며 “금리인상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인 이 시점에 금통위원 공석이 장기화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