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기상도
남유럽 ‘7월 위기’ 분수령… 미·중 경기둔화 조짐 악재
수출 증가율 낮아질 듯… 은행 신용위험지수 상승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는 G3(미·중·유럽)에서 불어오는 ‘외풍’에 시달리며 불안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국가채무 만기가 집중되면서 제기되고 있는 ‘7월 위기’ 해소 여부가 첫째 관문이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의 분수령이 될 7~8월을 버텨내지 못할 경우 중국과 미국의 경기둔화 가능성이 재부각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악재, 곳곳에 지뢰밭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7월 스페인의 국채 만기도래 규모는 320억유로다. 이는 하반기에 상환해야 할 국채 원리금의 43%에 해당한다. 그리스, 포르투갈의 7월 국채 만기규모 역시 하반기 만기 전체 국채의 각각 52%와 34%에 달한다. 스페인이 지난 1일 5년 만기 국채 35억유로를 성공적으로 발행하면서 부도 우려는 완화됐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금융시장의 관심은 오는 23일 발표될 유럽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에 쏠려 있다. 테스트 결과가 예상보다 나쁠 경우 더블딥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을 칠 수 있다.
시장이 ‘위기설’에 더욱 민감해진 것은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던 미국과 중국마저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2.7%로 속보치 3.2%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민간부문 고용증가 폭은 4월 24만1000명에서 6월 8만3000명으로 축소됐고,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5월 62.7에서 6월 52.9로 떨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종전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3월 18.1%에서 4월 17.8%, 5월 16.5%로 낮아졌다. 또 6월 중국 제조업구매관리지수(PMI)는 전달보다 1.8포인트 하락한 52.1로 2개월 연속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11.4%에서 10.1%로 조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두자릿수 성장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반기 경제, 외풍 속에 불안한 성장 =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7월 위기설’이 불거지고 G2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 초 135bp로 급등했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 3월17일 연중 최저치인 73bp에서 지난달 초 144bp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가 이후 21일 108bp로 내렸지만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수출입은행도 수출 증가율이 2·4분기 34%에서 하반기에는 23%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도 세계경제 불안을 반영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6.2%에서 6.0%로 낮췄다. 주요 투자은행들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국내 16개 금융회사 여신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환율변동 확대와 주택경기 악화 등으로 수출 대기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신용위험지수는 3포인트와 6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의 전체 신용위험지수는 1·4분기 18에서 2·4분기 16으로 하락하는가 싶더니 3·4분기 전망에서 20을 기록해 다시 상승추세로 반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확장국면이 유지됨에 따라 고용시장도 개선되는 모습”이라면서도 “국제금융시장은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대외 여건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