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스미, 케이트>
폭소까지는 아니었지만 객석에선 꼬리를 잇는 잔잔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코미디 뮤지컬 <키스미, 케이트>(사진)는 원작의 탄탄함과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무난히 관객을 웃게 했다. ‘분더바(Wunderbar)’ ‘소 인 러브(So in Love)’ 등 귀에 익은 콜 포터의 음악은 충분히 매혹적이었다. 이혼한 한 쌍의 배우가 뮤지컬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함께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이 작품은 194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작품임에도 녹슬지 않은 유머를 보여준다. 물론 이 작품의 이 같은 저력은 99년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된 이듬해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비평가협회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연출상 등을 휩쓸면서 입증된 바 있다. 한국에서의 라이선스 공연은 2001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
![[리뷰]남경주·최정원의 녹슬지 않은 유머](https://img.khan.co.kr/news/2010/07/14/20100715.01100123000002.01L.jpg)
이혼한 배우인 프레드 그레햄과 릴리 바네시를 각각 연기하는 남경주와 최정원은 ‘역시’ 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감칠맛 나는 연기와 또렷한 발성 그리고 가창력 등 모든 면에서 뮤지컬배우의 교본이라 할 만했다. 배우로서 함께한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호흡도 척척 잘 맞았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가수 아이비(본명 박은혜)는 첫 무대인 점을 감안하면 무난히 합격점을 줄 만했다. 다만 뮤지컬 무대를 장악하는 데 필요한 성량이나 발음 등 대사 발성과 몸짓 등 연기 면에서는 좀 더 다듬어질 필요성이 느껴졌다. 드라마의 감초 역할인 악당 캐릭터는 존재감만으로도 폭소를 유발해야 할 것 같지만 충분치 못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 폭발력이 떨어지는 대사의 문제로 보인다. 오히려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 ‘극중극’ 형식으로 현대(현대의 배우분장실)와 16세기(공연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 앙상블들이 보여주는 군무는 흥겹다. 그들이 춤을 추며 부르는 재즈풍의 곡 ‘투 단 핫(Too Darn Hot)’도 귀에 쏙 들어온다. 공연이 마무리되고 커튼콜도 끝난 후 천천히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16인조 빅밴드의 흥겨운 추가 연주는 이번 공연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8월1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