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S “응시료 지불 문제” 곧 시험 재개 여부 결정
“국제사회서 고립 의도” 미국내서도 비난 여론
이란의 핵개발 의혹과 토플(TOEFL) 시험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미국 교육평가원(ETS)이 유엔의 이란 제재 때문에 이란 내에서 토플을 포함한 영어검증시험을 중단했다. 핵개발 의혹을 사고 있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들이 이란 정부나 혁명수비대가 아닌 보통사람들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ETS는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 내 시험당국과 거래를 해온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영향을 받는 바람에 응시료를 원활히 지급받지 못했다”면서 “이 때문에 영어능력 검증시험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ETS 측은 오는 22일까지 시험 재개 여부를 결정해 공지할 방침이다. 이란 내 ETS 시험 주관기구의 이브라힘 코다이는 현지 메흐르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험이 취소된 사실을 확인했다.
안보리는 지난달 이란 혁명수비대와 관련된 금융 거래와 군사용품 거래를 금지시키는 네 번째 제재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이란을 고립시키는 지나친 조치들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독자적인 이란 제재안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이란에 석유 정제품을 파는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란 기관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들을 미국 금융시장에서 배제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핵 의혹과 아무 관련 없는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된 것은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가 현실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실례다. 미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카림 사자드푸어는 “이는 이란 제재의 명분과 맞지 않는 것”이라면서 “ETS는 교육평가기관이므로 이란과의 거래에서 제재를 면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젊은이들이 세계로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플 성적은 각국 학생들이 서구권 대학의 입학허가를 받을 때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다. 이란 학생들이 터키나 아르메니아 등 주변국으로 유학하거나 관광을 가기 위해서도 경우에 따라 토플 시험결과가 필요하다. 미국 예일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는 한 이란 유학생은 “이란 학생들이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면서 “이런 조치는 이란 정부를 더 유리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정부는 ETS가 이란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의도 역시 이란인들에게 지나친 짐을 지우지 않고 이란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교육전문가인 쉬르자드 압둘라히는 BBC방송에 “새로운 제재로 이란 권력층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제재는 허상에 불과하고, 국민들에게만 고통을 안겨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이란 마즐리스(의회)는 18일 정부에 우라늄 농축을 계속 진행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