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약발 적어… ‘전략적 인내’로 北 내부 변화 기대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이 제시할 독자 제재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기존 대북 결의 1718호와 1874호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조치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불법행위에 대한 새로운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안보리 결의의 허점을 메우고 각국에 유엔결의를 이행하도록 강력히 촉구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강제적 수단이 아닌 국제적 공조에 의존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방식은 이란에 대한 제재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지난달 초 발효된 이란 제재법안을 통해 제재대상에 오른 이란의 기관·기업·개인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은 미국 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금융제재안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북한에 대한 제재는 모두 아인혼 조정관과 재무부의 대니얼 글레이저 테러·금융정보 담당 부차관보가 맡고 있지만 이들은 이란과 북한에 각각 다른 방식을 적용했다.
미국에 이란 핵 문제의 비중은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더욱이 오바마 행정부는 국제적 공조를 통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면 이란 핵문제를 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어떠한 조건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해결 노력 대신 핵개발 능력을 제한한 상태에서 북한의 내부적 변화를 기다리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북한에 초강력 제재를 가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전력투구할 여유도, 의지도 없다.
금융제재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다르다. 이란은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산업을 바탕으로 한 대외교역이 활발한 나라여서 금융제재를 가하고 거래를 차단할 경우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워낙 고립돼 있는 나라인 데다 이미 수십년간 제재에 익숙해져 있고 중국을 후원자로 끼고 있다. 제재 강도를 높여도 충격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인혼 조정관은 지난달 29일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 지도자들은 제재에 의한 고립을 꺼리지 않으며, 오히려 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이 같은 인식의 단편을 보여줬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천안함의 먼지’가 가라앉은 뒤에 대북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라도 북한에 대한 초강력 금융제재는 이번에 사용할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