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회의’가 도대체 뭐기에…‘국민 통제’ 해도 너무 한다

송진식 기자

정부 무차별 단속

곳곳 인권침해 논란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100일 앞두고 정부의 민간 생활에 대한 통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전국의 총기류를 일제 압류하는가 하면 경찰을 동원해 대대적인 기초·교통질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주노동자·노점상 등을 대상으로 한 ‘거리청소’식 단속도 곳곳에서 부활해 인권 침해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사냥 하지마” 총기류 압류

“사냥 하지마” 총기류 압류

경찰청은 2일 G20 정상회의 기간을 전후한 총기 이용 사고를 막기 위해 전국의 개인 소유주들이 보관 중인 공기총과 마취총 9만8516정을 회의 종료시까지 한꺼번에 압류해 영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소유주들이 영치 명령에 불응할 경우 총기류 단속법에 따라 형사처벌하거나 행정처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기총도 살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개인 총기가 테러 등에 악용될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정상회의를 이유로 전국의 총기류를 일제 압류하는 것은 처음이다. G20보다 많은 21명의 세계 정상이 참석한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와 지난해 제주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에는 해당 지역 내 총기류만 일시 압류됐다.

이에 대해 총기 소유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총포협회 오수진 회장은 “정부가 전국 25만 총포 소유주들을 잠재적인 테러범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아무리 국가행사라지만 소유주들의 총기 소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거리청소식’ 노점상 단속

‘거리청소식’ 노점상 단속

또 G20을 앞두고 정부가 유달리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질서 확립’이다. 경찰은 “세계 정상들이 방한했을 때 선진국 수준의 질서문화를 보여줘야 한다”며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기초질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3일부터는 교통질서 집중단속에 들어갈 예정이고 10월부터는 회의장소인 서울 강남 코엑스 주변에 ‘전담팀’을 구성해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도 처벌할 방침이다. “행사 기간 중에는 아예 코엑스 주변에 가지 말자”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1980년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논란을 빚었던 ‘거리청소’식 단속도 재연되고 있다. 법무부는 6월부터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한 집중단속에 들어갔고, 서울시는 지난 5월 25개 자치구의 ‘도로특별정비반’을 대폭 강화해 노점상 단속에 나섰다. 정부가 노숙인 복지를 명목으로 주관한 ‘G20 대비 노숙인 대책회의’도 사실상 노숙인 단속 차원에서 고안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노점상·노숙인 등의 연합단체는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G20을 빌미로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G20에 대비해 통과된 각종 경호·경비관련 법안도 “국민 기본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5월 국회에서 단독 통과시킨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은 경호 안전을 위해 군대 동원까지 가능하게 하는 등 기본권 침해 요소가 많아 같은 보수 진영 내에서도 비판받았다. 지난 6월 통과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경찰의 불심검문 권한만 크게 강화시켜 놓은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인권단체연석회의의 최은아 활동가는 “G20은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면서도 정작 시민과 소외받는 서민들에게는 돌아오는 것이 없는 전시행사”라며 “정부가 G20 성공 개최를 이유로 대다수 국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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