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혼, 방한 전 의회서 ‘높은 수준 설정’ 밝혀
유엔 결의와 별도로 석유 제재 등 ‘국내법’ 요구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이란·북한 제재 조정관이 지난달 미 의회 청문회에서 유럽연합(EU)의 이란 제재와 같은 수준의 제재를 한국·일본에 요구할 계획임을 예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인혼 조정관은 지난달 29일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열린 미 하원 청문회에서 “EU가 매우 높은 수준의 이란 제재를 설정했다”면서 “나와 대니(글레이저)는 다음주 한국·일본을 방문해 이들이 같은 수준으로 따라올 수 있는지를 알아볼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방문한 아인혼 일행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북한 제재 조정관이 3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면담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1일 방한한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 연합뉴스
이 같은 언급은 아인혼 조정관이 2일과 3일 외교통상부·기획재정부 고위 관리들과의 면담에서 한국에 이란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상당한 강도로 요구했음을 시사한다. 미국은 유엔 결의 등과는 별도로 한국이 독자적인 이란 제재안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U의 이란 제재안은 핵무기 개발 관련 물품 수출규제, 이란 원유·가스 산업 관련 신규투자 금지, 이란 해운·항공업체 영업금지, 금융부문 규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이 각국의 독자적 제재를 요구하는 이유는 이란 제재에 대한 정당성 때문이다. 지난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 제재 결의 1929호를 통과시켰지만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핵심적 내용인 이란의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제재가 제외됐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달 5일 거의 모든 방법의 제재를 포함하는 이란 제재 법안을 발효시켜 독자 제재에 나서고 있다.
이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혼자 전쟁을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각국의 동참을 통한 제재의 정당성 확보가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각국에 유엔결의와는 별도로 독자 제재안을 만들 것을 설득하는 데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자적 제재안을 만드는 것은 그 수준을 떠나 이란에 ‘선전포고’를 하고 자발적으로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단순히 유엔결의를 준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독자적인 이란 제재안을 만든 나라는 EU 27개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캐나다, 그리고 3일 독자 제재 리스트를 결정한 일본 등 30개국이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호주·캐나다 등이 참여한 것처럼 한국 정부도 핵심 동맹국의 대열에 합류해 주기를 원한다”면서 “현재의 한·미관계나 대북 제재 협조 등을 고려해볼 때 어떻게든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