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 2000만명 … 콜레라까지 발생 2차 재앙 우려
파키스탄이 63년 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인 지난 14일, 펀자브주와 신드주를 이어 흐르는 인더스강이 범람했다. 물살은 50만명이 사는 신드 자코바바드시를 덮쳤고 주민 95%가 긴급 대피했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된 대홍수로 국토의 4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긴 가운데, 파키스탄인들은 우울한 독립기념일을 보냈다.
파키스탄 일간 더네이션에 따르면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이날 독립기념일 메시지에서 “그동안 홍수로 2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길라니 총리는 “수십억달러 상당의 식량과 농작물이 물난리 속에 사라졌다”면서 “파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이미 많은 경제적 손실을 입었으며 이번 홍수로 도로와 다리, 통신과 에너지 산업 기반도 모두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도움이 더 늘어나길 바란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이날 군사 행진이나 축하 음악회 등 독립기념일 공식 행사는 일제히 취소됐다. 홍수피해가 커질 무렵 유럽 순방을 다녀와 비난을 받고 있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모든 행사를 취소하라고 지시하고, 수해 지역 방문 일정을 이어갔다. 그는 담화를 통해 “홍수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명이 상처를 받았다”면서 “정부는 희생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15일 피해지역을 직접 방문했다. 재난이 덮친 현장의 ‘구호상황’은 느리고 답답하기만 하다. 이재민 무크타르 알리(45)는 “우리는 거지나 다름없다”며 “어제 작은 쌀꾸러미 하나를 받았는데, 15명이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펀자브주 수쿠르 외곽에선 약탈도 잇따르고 있다. 염소와 곡식을 빼앗긴 압둘 카림(20)은 “물난리에 구출해 줄 사람이 없었듯이, 강도로부터 구해 줄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약 600만명이 당장 식량과 피난처, 식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유엔은 국제사회에 4억5900만달러(약 5400억원)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피해를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평가다. 농작물 피해규모만 10억달러로 추정됐다. 현재까지 확보한 구호금은 기대에 못미친다.
미국과 캐나다가 각각 7000만달러와 330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고, 영국(3200만달러), 호주(1000만달러), 쿠웨이트(500만달러), 일본(350만달러) 등이 구호기금을 약속했다. 자미르 아크람 유엔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영국 BBC 방송에 “광대한 재난이 발생했는데 도움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파키스탄이 버려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원은 곧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수 피해지역에서 콜레라 발생이 확인돼 수인성 전염병으로 인한 2차 재앙까지 우려되고 있다.
파키스탄 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4일 북서부 스와트밸리의 주요 도시 밍고라에서 한 건의 콜레라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또 최소 3만6000명의 급성 설사 환자를 콜레라 의심환자로 보고 의료대응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