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애멸구 일찍 사라져
잦은 비·태풍에 생육환경 달라진 듯
얼마 전 강원 춘천시 후평동 ㅎ아파트에는 귀뚜라미를 닮은 곤충이 수천마리 나타나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건물 외벽을 덮은 것은 물론 방과 부엌 내부에서까지 발견됐다. 서울대 기숙사에도 이 곤충이 나타났다. 학교 게시판에는 대체 무슨 곤충이냐는 질문이 쇄도했다. 이 곤충은 몸 길이 4~5㎝로 습기 많은 동굴에 사는 ‘꼽등이’로 밝혀졌다.
국립생물자원관 무척추생물연구과 김태우 박사는 “꼽등이는 껍데기가 얇아 수분이 없으면 금방 말라 죽는 곤충”이라며 “잦은 비로 공기가 습해지자 주택가와 사람이 사는 곳까지 활동반경을 넓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곤충 생태계가 이상하다. 동굴에 사는 꼽등이가 주택가에 진출하는가 하면 평년 같으면 9월 초까지 극성스럽게 울어대던 매미가 8월 하순부터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김 박사는 “잦은 비로 인한 생육환경의 변화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는 평년보다 비가 자주 내렸다. 기상청이 지난 6일 발표한 ‘올 여름 날씨 분석’에 따르면 여름(6~8월) 강수일수는 44.2일로 평년(36.8일)보다 7.4일 많았다.
매미도 올 봄 서늘한 기후 때문에 번데기에서 탈피하는 비율이 줄어들었다. 평년 4월 평균기온은 12도인데, 올해 4월 평균기온은 9.9도로 37년 만에 최저 기록을 세웠다. 태풍도 곤충의 생육환경에 영향을 미쳤다. 김 박사는 “짧은 시기에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3개나 북상했기 때문에 나무에 붙어 사는 매미의 생육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9월 들어 매미가 자취를 감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모기 개체수도 10%가량 줄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여름 모기 개체수는 지난해보다 평균 30~40% 감소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모기의 생육 최적온도가 15도인데, 4월 기온이 이에 한참 못미쳤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벼에 줄무늬잎마름병을 옮기는 애멸구도 찾아보기 힘들다. 줄무늬잎마름병은 벼 이삭을 돋지 않게 하거나 잎을 말려 죽이는 병으로 ‘벼 에이즈’로 불리기도 한다. 애멸구는 주로 중국의 밀밭에서 바람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온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중국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밀 재배지가 북쪽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거리가 멀어졌다. 올해는 바람도 약했다.
농업과학원 이상계 연구관은 “올 봄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기압골이 형성되지 않아 애멸구가 날아올 만큼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