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관악구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올해는 물가가 많이 올라서 그런지 예년 추석 명절에 비해 물품 지원이 급감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만 해도 20여개 팀이 자원봉사를 왔지만 올해엔 5개 팀뿐이었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보육원 앞에 햇과일과 쌀포대를 놓고 가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부 원장은 “지난해에도 어렵다고들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양천구 한서지역아동센터 역시 지난해 추석 때와 비교해 지원이 60% 정도 줄었다. 서홍녀 팀장은 “아이들이랑 송편도 빚고 했는데 올해는 그것도 못해서 4만원 주고 떡집에서 송편 반 말을 샀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 오류동 오류애육원 최성수 원장은 “추석 때면 과일이 쌓여 있어서 아이들이 ‘또 과일이냐’고 했는데, 이번엔 당장 먹을 과일이 없어 사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노인 복지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노인복지시설 관계자 역시 “지원 물품이 지난해의 딱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일선 사회복지시설은 지원 물품뿐 아니라 자원봉사자까지 줄었지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몰린 소외계층 지원금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올해 추석을 맞아 소외계층에게 생계비와 명절비용을 지원하는 ‘한가위 사랑나눔’ 지원금은 지난해 54억원보다 29억원 늘어난 83억원에 이른다. 이 지원금은 노숙인이나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시설, 아동보육시설 등 1600여개 사회복지시설의 소외계층 39만명에게 전달돼 명절행사비와 무료급식, 공동차례상 비용 등으로 쓰인다.
이 같은 현상은 이웃돕기의 방법이 바뀌는 추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원하고 싶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경기침체 등으로 살기 빠듯하다 보니 (직접 시설을 찾기보다) 온라인 계좌이체 같은 간편한 기부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