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5) 보나장신구박물관 김명희 관장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25) 보나장신구박물관 김명희 관장

입력 2010.09.30 21:42

  • 윤성노 기자

인사동 골목길에 자리한 ‘민예품의 보물창고’

보나장신구박물관에는 치장용으로 달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다 싶은 삼작(三作)노리개가 있다. 삼작노리개는 노리개 세 개를 묶어 만든 것으로, 보나장신구박물관에는 산호가지와 옥, 밀화덩어리로 만들어진 노리개 하나가 갓난애 주먹만 한 것도 있다. 노리개가 크다고 해서 대(大)삼작노리개. 대삼작노리개는 워낙 값이 비싸 왕가(王家)나 사대부 집안에서나 패용할 수 있었다. 소장품 어느 하나 귀하고 예쁘지 않은 게 있으랴마는 김명희 관장(63·사진)은 그 대삼작노리개를 가장 아낀다.

[그의 작은 박물관](25) 보나장신구박물관 김명희 관장

어느날, 귀금속집에서 연락이 왔다. 큰 노리개가 나왔다는 것이다. 노리개의 크기와 형태로 보아 왕족 집안에서 나온 게 틀림없다는 얘기였다. 노리개는 보석과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패물이어서 일반 민예품과는 달리 귀금속집을 통해서 많이 나온다는 게 김 관장의 말. 노리개를 내놓은 사람은 김 관장에게 자신의 집안 내력을 발설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가문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김 관장은 그의 조건을 받아들여 두말없이 대삼작노리개를 사들였다. 유물을 두고 오면 밤잠을 못이룰 게 뻔했으니.

김 관장은 장신구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어려서부터였다고 기억했다. 패물이나 장신구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를 따라 귀금속집엘 드나들었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것도 장신구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게 했다. 김 관장이 본격적으로 수집에 나선 것은 결혼한 뒤부터. 은행에 다니는 남편은 해외 지점장으로 외국에 주재하는 일이 잦았다. 김 관장은 미국 뉴욕에서는 3년 반을 살았다. 남편이 출근한 뒤면 박물관을 찾아 하루를 보냈다.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예술품에 대한 안목을 키우던 그가 본격적으로 장신구와 민예품 수집에 나서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 김 관장은 뉴욕에서 중국 장신구를 많이 모았다. 그는 “중국 장신구가 연대(年代)는 좋은데 한국 것보다 훨씬 쌌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관장이 소장한 5000여점의 중국 장신구 가운데 대다수가 그때 모은 것이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우리나라 민예품은 1만점이 넘는다.

남편을 급작스럽게 잃은 뒤 우울증에 시달리던 김 관장이 우울증을 털고 박물관 설립에 나선 것은 한·일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호암미술관에서 ‘조선목기대전’을 열며 그에게 소장품 출품을 요청했다. 김 관장은 19세기 조선시대 유물인 목제 좌등(座燈) 등 2점을 출품했다. 그때 그는 “유물은 나 혼자 보고 즐기라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게 그가 보나장신구박물관을 만든 이유다.

김 관장의 소장품은 남녀 장신구뿐만이 아니라 목제 가구, 조각보, 의류, 도자기, 민속예술품 등 다양하다. 그는 “애초엔 장신구박물관이 아니라 일본 도쿄의 민예관 같은 종합민예품박물관을 설립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단순한 전시관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모든 사람들이 찾아와 예술품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계획이 빗나간 것은 박물관을 설립하면서였다. 사립박물관으로 등록하려면 ‘테마박물관’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은 것이다. 그는 “가사만 해왔으니 알 턱이 없어 그런가보다며 장신구박물관으로 등록했다”고 했다. 서울 북촌에서 문을 연 보나장신구박물관은 그 뒤 지금의 관훈동으로 옮겨 왔지만 김 관장의 꿈은 여전히 장신구박물관을 종합민예박물관으로 만드는 일이다.

◇ 보나장신구박물관 가는 길
서울 종로구 인사동 수도약국 맞은편 골목으로 10여m 들어간 곳에 3층짜리 박물관이 있다. 바로 앞에 들어선 관훈클럽의 간판에 박물관 간판이 가려져 있어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평소에는 2층과 3층의 전시관이 개방된다.

김 관장이 아끼는 대삼작노리개와 각종 장신구 외에도 목제 좌등, 한약함 같은 생활용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우리나라 노리개는 중국의 궁중유물에서 유래했지만 칠보와 장식이 더 아름답고 술과 매듭·주체를 갖춘 독특한 형태를 갖췄다는 게 김 관장의 설명. 베개를 쌓아 놓아 베개모에 놓인 자수들로 한 폭의 그림을 재현한 이채로운 전시품도 있다.

박물관협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소장품 도록도 잘 만들어 놓았다. 11월엔 한 달 동안 프랑스·영국·중국 등의 외국 장신구와 우리나라 장신구를 함께 전시하는 세계장신구특별전을 열 예정이다.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10 (02)732-6621 www.bonamuseum.com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