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 선생님

이진희 | 책따세 운영진·경기 산본고 교사

들어주는 것, 그 쉽고도 어려운 소통

[책읽는 경향]말더듬이 선생님

▲ 말더듬이 선생님 | 시게마쓰 기요시·웅진지식하우스

“선생님이 하하하, 할 수 있는 건 여러분 곁에 있어주는 거거거, 거, 것뿐입니다.” 선생님은 말을 더듬다가 갑자기 칠판에 이렇게 썼다. ‘곁에 있어주는 것.’ 막히지 않는 발음인데도 글로 썼다.

“선생님이 반드시 대, 대답해줘야 하는 질문은 학생이 ‘나는 외톨이입니까’라고 물었을 때뿐입니다. 대, 대대대, 대답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부모님 이외의 어른 중에서 여러분과 가장 가가가, 가까이 있는 겁니다. 선생님이 옆에 있는 것이 대, 대, 대, 대… 대답입니다.” …선생님은 두 손으로 교탁을 짚고 다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교실 끝에서 끝까지, 그리고 그 시선은 다시 아야짱에게서 멈췄다. (217~218쪽)

여기 한 선생님이 있다. 말을 더듬어 국어수업은 꽝이지만 뻐꾸기알처럼 외톨이인 아이들이 있는 곳엔 언제나 나타나는 무라우치 선생님. 작년에 담임을 했던 아이들 중에서 가정불화로 너무나 힘들어하며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가 있었다. 담임교사로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그 아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선생님께서 해결해주실 수 없다는 건 알아요. 단지 제 말을 들어주시는 것, 그것으로 충분해요.”

무라우치 선생님은 외롭고 힘겨워 하는 아이들 곁에서 그들을 도와주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그 아이 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가 혼자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끊임없이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것. 이 책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소통의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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