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들꽃의 생명력, 살아냄에 대한 경외감

도재기 기자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강우근 글·그림 | 메이데이

내 살아가는 이 ‘메마른 도시’에 이렇게 많은 들꽃들이 곁에 있는 줄 몰랐다. 보도블록 사이의 그 좁은 틈에는 애기땅빈대가 꽃을 피우고, 열매까지 맺으며 산다.

[책과 삶]들꽃의 생명력, 살아냄에 대한 경외감

애기땅빈대 옆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짓밟혀 잎이 말라 비틀어졌으면서도 새순을 내고 있는 왕바랭이가 있다. 더 기막힌 것도 있다. 차들이 마구 달리는 아스팔트 도로의 갈라진 틈에선 새포아풀, 쇠비름이 살아간다.

그 질긴 생명력, 희망과 꿈을 꺾지 않고 살아내는 들꽃들은 아예 경외감을 자아낸다. 권력과 자본에 짓밟히고, 억울하고 힘들고 지치는 삶에 수시로 희망을 꺾고 싶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결국은 살아내는 사람들과 닮았다.

<강우근의 들꽃 이야기>는 발 밑을 보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하여 꿈을 잃지 않고, 저항하며, 새 세상을 꿈꿔보게 한다. 모두 94편의 들꽃·이야기가 어우러져 저자가 그린 그림과 함께 실렸다. 들꽃들은 모두 저 멀리 교외가 아니라, 아파트와 골목길·아스팔트 도로·철거 현장 등 우리들이 살아가는 곳에 함께 사는 것들이다.

마디풀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도 마디가 필요하다. …싸움으로 다져진 마디는 지난 싸움의 끝이지만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가로수인 양버즘나무를 이야기하며 “새벽시장에서 야채 파는 할머니를 안고 흘리는 대통령 눈물은 가짜다. 나물 파는 할머니가 등을 기댈 수 있고, 또 찬바람을 막아주는 양버즘나무는 진짜 가로수”라고 강조한다. 귀화식물인 다닥냉이에선 이주노동자를 떠올린다.

몰라본 들꽃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크지만, 들꽃을 통해 던지는 저자의 이야기가 읽는 이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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